정준양 회장 재임 시절 포스코가 많은 돈을 들여 계열사를 늘렸으나, 같은 기간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사라진 업체가 27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일 포스코에 따르면, 정 회장 임기(2009년 3월~2014년 2월) 5년 동안 포스코가 인수·합병 등으로 늘린 국내 계열사 가운데 통폐합·매각 등으로 다시 계열사에서 제외된 업체는 모두 27개사였다. 포스코 계열사 수는 2009년 3월 35개에서 2012년 한때 71개로 늘어났다가 2013년 말 다시 46개로 줄어들었다. 실속 없이 몸집 불리기에만 나섰다가 2~3년 만에 여러 업체를 정리한 것이다. 몇년 전부터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이명박 정권 실세 등의 외압에 따라 부실한 기업을 고가에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라진 계열사 가운데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을 하는 성진지오텍은 대표적인 부실 인수 사례로 거론된다. 포스코는 2010년 성진지오텍 최대 주주인 전정도 회장에게서 440만주, 미래에셋 계열 사모펀드로부터 794만5110주 등 모두 1234만5110주(40.38%)를 1593억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성진지오텍이 40% 지분을 보유한 산업단지 조성개발업체 안정지구사업단은 물론 전 회장이 64.39% 지분을 보유해 실소유주였던 볼트 제조사 유영금속도 경영권 위임으로 포스코 계열사에 추가됐다. 포스코가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성진지오텍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해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입고 부도설에 휩싸인 상황이었다. 포스코에 인수된 뒤에도 실적 부진이 나아지지 않자 2013년 8월 또다른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에 흡수합병된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2011년 전정도 회장이 성진지오텍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자 유영금속도 계열사 명단에서 빠졌고, 안정지구사업단 지분은 지난해 2월 매각됐다.
이밖에 광산업체 나인디지트는 계열사에 편입된 지 2년6개월 만인 2013년 1월 포스코엠텍으로 흡수합병됐다. 2010년 포스코에 넘어갈 당시 이 업체의 부채비율이 493%에 이른다. 2011년 6월 포스코엠텍이 88.6% 지분을 인수한 폐자원 회수업체 리코금속은 영업 손실이 지속돼 2013년 1월 포스코엠텍에 흡수합병됐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