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도피중’이던 장진호(사진) 전 진로그룹 회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 63. 주중 한국대사관은 5일 “지난 3일 중국 공안당국에서 장 전 회장이 베이징 왕징 지역의 집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사망 정황과 관련해 타살 등 흔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인은 1979년 진로그룹에 입사한 뒤 아버지 장학엽 전 회장에 이어 88년 2대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진로종합유통, 진로쿠어스맥주 등을 잇따라 설립하며 사세를 급속히 확장했다. 당시 진로그룹은 소주(참이슬)와 맥주(카스)를 앞세워 국내 주류 시장을 석권한 뒤 유통·건설 등에도 진출해 96년 계열사를 20개 넘게 거느리며 일약 재계 19위까지 올라섰다.
그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97년 외환위기를 버텨내지 못한 채 몰락의 길에 들어서고 말았다. 2003년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그룹은 계열사 분할 매각으로 공중분해됐다. 분식회계, 비자금 횡령 등으로 구속기소된 그는 2004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인 2005년 국외로 도피한 그는 캄보디아와 중국을 떠돈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로는 딸 윤정, 아들 형준씨가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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