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신용대출 28%뿐
기업 신용대출보다도 낮아
창업 3년 미만 대출액 13.6%
벤처·창업기업 지원 취지 퇴색
기업 신용대출보다도 낮아
창업 3년 미만 대출액 13.6%
벤처·창업기업 지원 취지 퇴색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와 자금력이 떨어지는 벤처·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기술신용평가(TCB) 기반 대출(이하 기술금융 대출)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증했지만, 실적의 70% 이상이 담보와 보증을 통한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기업대출의 담보·보증 대출 비율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기술금융 대출 활성화로 은행의 담보·보증 대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나간 기술금융 대출 8조9246억원 가운데 담보대출과 보증대출이 각각 53%와 19%를 차지했고, 신용대출은 28%에 불과했다. 기술금융 대출은 담보나 보증이 아니라 기술평가를 통한 신용대출을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로 금융위원회가 지난해부터 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해왔다. 특히 금융당국이 대출실적으로 ‘은행 줄세우기’에 나서면서, 기술금융 대출 총액은 지난해 7월 1922억원에서 지난 2월 13조5033억원으로 7개월 새 70배나 급증했다.
이처럼 대출 실적은 크게 늘었지만,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신용대출 비중은 28%에 그쳐 일반 중소기업 대출과 전체 기업대출의 신용대출 비중(각각 34.9%와 46%)보다 오히려 낮았다. 기술금융 대출 실적이 가장 높은 기업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벤처·창업기업 지원이라는 취지에도 어긋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나간 기술금융 대출액은 13.6%에 그친 반면, 10년 이상된 기업에는 58.6%의 대출이 집행됐다. 또 매출액 1억원 미만의 소기업에 대한 대출액은 8%에 불과했고, 매출액 50억원 미만까지 확대해도 비중은 33.2%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기술금융 대출은 8조9246억원 급증했지만, 기술금융 대출까지 포괄하는 전체 중소기업 대출은 4조7000억원밖에 늘어나지 않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은행들이 기술금융 대출을 새로 실행하기보다는 기존 우량 중소기업 대출을 기술금융 대출로 갈아타도록 해 실적을 늘렸기 때문이다.
김기준 의원은 “보증·담보 대출 비중이 70%가 넘는데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기존 우량기업의 담보대출을 기술금융 대출로 바꾼 것에 불과한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며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담보대출 비중이 높다고 무조건 기술금융 대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신용평가를 통해 담보인정비율을 높여주거나 금리를 낮춰주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았을 수도 있다”며 “다만 실적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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