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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여기 경기가 말이 아이라”…포항 ‘잃어버린 10년’

등록 2015-05-14 19:50수정 2015-05-14 22:36

포스코 경영 악화와 철강 업황의 침체로 2005년 이후 포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영(0)에 가깝다. 도심과 철강공단을 잇는 구형산교 왼편으로 포스코가 보인다. 박현정 기자
포스코 경영 악화와 철강 업황의 침체로 2005년 이후 포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영(0)에 가깝다. 도심과 철강공단을 잇는 구형산교 왼편으로 포스코가 보인다. 박현정 기자
포스코 ‘비상경영체제’…포항 현지 가보니
1947년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나고 자라 20년간 포항제철소 안에서 철판 운반일을 했다는 일흔살 택시기사가 말했다. “여기 경기가 영 말이 아이라. 포스코도 시끄럽고 동국제강 거도 공장이 문 닫을 판 아인교.” 택시가 달리는 길 이름은 포항시 남구 지곡동에서 형산교거리까지 연결되는 ‘포스코대로’다. 포항시는 2008년 포스코 창립 40돌 기념 사업으로 ‘오도로’ 이름을 ‘포스코대로’로 바꾸었다. 지난 8일 포항에서 만난 시민들은 7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지역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포항 경제를 떠받치는 건 포스코로 대표되는 철강산업이다. 2008년 이후 포스코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2010년 11.6%이던 영업이익률(연결기준)은 지난해 4.9%로 추락했다. 2010년 5조5525억원이던 영업이익도 2013년 2조9961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닌 정치적 요구에 의한 무리한 외형 확장 탓이라는 원망 어린 목소리가 크다. 포스코의 불안은 곧 포항의 불안이다. 2014년 기준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는 직원은 약 1만7400명(계열사·협력사 포함)이다.

포스코 실적 계속 곤두박질
‘정치권 요구로 무리한 확장’ 원성
포항 총생산 중 철강비중 78%인데
금융위기 이후 철강산업 침체기
“10년간 포항 성장률 제로 가까워”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철강은 업황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2012년 기준으로 포항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철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8.3%에 이른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은 “2005년 이후 포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제로에 가깝다”며 “광양이나 당진 제철소의 등장으로 포항에서 생산되는 철강 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하락했고, 국외에서는 중국 철강업체의 급부상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위기감은 정치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은 여 오면 큰일 납니다.” 포항시 북구 법원 인근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오래 지낸 한 인물을 겨냥했다. 포항 정재계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경기가 침체한데다 저축은행 비리 등 이권과 관련해 입길에 계속 오르면서 오랫동안 포항에서 정치를 한 전직 의원에 대해 ‘지역사회를 위해 한 게 뭐냐’는 시민들의 반감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의 실패와 경기침체의 그늘은 서민에게 먼저 드리워지게 마련이다. 8일 오후 찾은 포스코플랜텍 포항 본사 사무실 한편에 위치한 칠판에는 ‘희망퇴직 재심의’ 등 회사의 급박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플랜텍은 포스코가 인수 과정에서 비싼 값에 지분을 사들여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성진지오텍을 흡수합병한 뒤 부채가 크게 늘었다. 올해 초 플랜텍 직원 270여명은 자의 반 타의 반 회사를 떠나야 했다.

포항철강산업단지 안팎에서는 동국제강이 곧 남아 있는 후판공장을 폐쇄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후판은 선박을 만드는 데 쓰이는 두꺼운 철판으로,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이다. 경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동국제강은 지난 6일 “포항 제2후판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이 공장에는 직원 100명과 300여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포항지역 철강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포항 경기가 좋지 않아 협력업체 직원 300여명의 생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포항/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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