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경영 악화와 철강 업황의 침체로 2005년 이후 포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영(0)에 가깝다. 도심과 철강공단을 잇는 구형산교 왼편으로 포스코가 보인다. 박현정 기자
권오준 회장 ‘직 걸고 경영정상화’
계열사 비자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가 14일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권오준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포스코 사내이사들과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5개 주요 계열사 대표 등 9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비상경영쇄신위 출범에 앞서 포스코 사내이사와 모든 계열사 대표 등 32명이 권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권 회장은 따로 사퇴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직’을 걸고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모습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에 임원들이 낸 사표가 정식으로 수리된 것은 아니다”라며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경영 쇄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비상경영쇄신위를 다시 구조조정, 책임경영, 인사혁신, 거래관행, 윤리의식 등 5개 분과위원회로 나눠 경영혁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포스코 사외이사들도 과감한 경영 쇄신을 요청하는 ‘포스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을 경영진에 전달한 바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권 회장이 취임한 뒤 그룹 전반에 걸쳐 고강도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09년부터 5년 동안 포스코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계열사 수가 35개에서 2012년 한때 71개까지 늘어났다. 2015년 현재 계열사 수는 25개다. 포스코 영업이익(연결기준)도 2010년 5조5525억원에서 2013년 2조9961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엔 3조2135억원으로 약간 회복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부터 포스코건설과 협력회사 코스틸 등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회사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검찰 수사는 전직 포스코 고위 임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 플랜트 설비 업체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는 포스코가 비싼 값에 주식을 사 전정도 전 회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합병한 포스코플랜텍에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3700억원을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지원했으나 여전히 큰 폭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오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포스코플랜텍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텍은 13일 만기가 돌아온 시중은행 대출금과 이자 199억여원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금융권 대출금은 총 3000억원대에 이른다.
포스코와 플랜텍은 이달 초 채권은행들을 상대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또는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이야기를 꺼냈으나, 은행들은 포스코의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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