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막대한 자금 투자 5개월만에
“플랜텍에 자금지원 어렵다”
2013년 성진지오텍 합병하며 `휘청’
금융권에 총 892억원 규모 연체
채권단, 개시 여부 내달초 결정
“플랜텍에 자금지원 어렵다”
2013년 성진지오텍 합병하며 `휘청’
금융권에 총 892억원 규모 연체
채권단, 개시 여부 내달초 결정
성진지오텍과 합병 뒤 경영난을 겪어온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이 결국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포스코플랜텍은 26일 인천 송도 사무소에서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로 결의했다. 적자 누적과 전정도 전 회장(현 세화엠피 회장)의 자금 유용에 따른 손실로 인해 자본 잠식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이날 포스코플랜텍은 137억원의 대출 원리금 연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의 금융권 체불액은 지금까지 892억원이다.
채권단이 플랜텍의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번주 안에 각 채권 금융기관에 채권단회의 소집을 통보하고 다음달 초 회의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아야 개시된다. 포스코와 플랜텍은 이달 초 채권은행들을 상대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나 워크아웃 신청을 미리 타진했으나, 은행들은 포스코의 자금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날 “플랜텍에 대한 자금 지원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채권금융기관들의 협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포스코만의 자구노력(추가 자금 지원)은 포스코 주주의 이해에 반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채권단 회의에서 워크아웃 안건이 부결되면 플랜텍은 그다음 절차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을 밟게 될 수 있다.
1982년 철강 생산공장 설비를 정비하는 업체인 제철정비㈜로 출범한 플랜텍은 여러 회사와의 통합을 거치며 2010년 포스코플랜텍으로 사명을 바꿨다. 포스코그룹에서 중공업 설비제작 분야를 담당하며 ‘알짜기업’으로 성장하던 플랜텍이 부실기업으로 추락한 건 2013년 성진지오텍과의 합병이 결정타였다. 2012년(연결 기준) 플랜텍은 매출 7083억원, 영업이익 6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합병 뒤 연속 2년간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3월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 포스코는 플랜트 설비업체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전정도 전 회장으로부터 회사 주식 440만주를 주당 1만6331원에 매입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보유 중이던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부사채(BW·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때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회사채)를 전씨에게 주당 9620원으로 계산해 헐값에 팔았다. 이어 포스코는 전씨에게 3년간 경영권을 보장하는 특혜까지 제공했다. 이러한 각종 특혜의 배경엔 이명박 정권의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포스코는 1600억원을 들여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자 37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총 53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게 됐다. 2014년 취임한 권오준 회장 등 현 경영진도 플랜텍 부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포스코는 ‘회생 가능성이 낮은 계열사 지원에 나선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포스코건설과 함께 플랜텍에 290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지 5개월 만에 워크아웃 신청에 이른 셈이다.
박현정 김정필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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