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지오텍 인수때 ‘전정도 회장에 특혜’ 주도
포스코엔 고가 매입 타진하고
신주인수권 전씨에 저가 매각 담은
부대조건 함께 내놓아
“부서 달라 서로 몰랐다”는 산은
거짓말 의혹 커져
포스코 관계자 “미래에셋도
전씨지분 더 비싸게 사달라 요청”
포스코엔 고가 매입 타진하고
신주인수권 전씨에 저가 매각 담은
부대조건 함께 내놓아
“부서 달라 서로 몰랐다”는 산은
거짓말 의혹 커져
포스코 관계자 “미래에셋도
전씨지분 더 비싸게 사달라 요청”
2010년 3월 초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446만주)을 시세보다 싼 주당 9620원에 전정도 당시 성진지오텍 회장에게 팔고, 며칠 뒤 포스코가 거의 비슷한 분량의 성진지오텍 주식을 시세보다 70% 이상 비싼 주당 1만6331원에 사들여 전씨에게 수백억원의 이득을 안겨주었다. 이런 ‘이중 특혜’ 거래는 산은이 주도해 제안하고, 포스코가 받아들여 성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포스코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제3의 권력 실세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27일 포스코·산업은행·미래에셋의 말을 종합하면, 산은은 2010년 2월 말 포스코에 전씨와 미래에셋이 보유한 성진지오텍 주식 1234만주(40.4%)의 인수안을 제시하며, 산은이 보유 중인 성진지오텍 주식 446만주를 전씨에게 팔고, 5년간 경영권을 보장하는 부대조건을 함께 내놓았다. 포스코가 이를 수용하면서, 3월11일 산은은 전씨에게 신주인수권을 주당 9620원에 팔았고, 3월17일 포스코는 전씨의 주식을 주당 1만1000원에, 미래에셋이 보유한 주식은 주당 1만6330원에 인수했다. 산은 홍보실은 “미래에셋과 성진지오텍 주식 매각 자문 계약을 맺고 2010년 1월 포스코에 주식 매입 의사를 타진했는데, 포스코가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보여, 미래에셋의 유정헌 대표가 전씨를 만나 보유 지분 중 일부와 경영권을 포스코에 팔 것을 제안했다”며 “전씨가 유 대표의 권유를 수용하며 부대조건을 제시해, 포스코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산은이 그동안 포스코 인수작업을 주관한 엠앤에이(M&A)실과 신주인수권 업무를 맡은 울산지점 간에 서로 거래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해온 것과 배치된다. 또 산은이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사실을 알면서도 전씨에게 주식을 헐값에 팔아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겨준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신빙성을 높인다. 홍기택 산은 회장은 4월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의 특혜 추궁에 대해 “엠앤에이실과 울산지점 간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 법규 위반으로 처벌받는다”고 밝혔다. 2010년 주식거래 당시 민유성 산은 회장도 국회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
산은은 이에 대해 “전씨가 (거래조건으로) 신주인수권 인수를 요청해와, 담당 부서인 울산지점과 직접 협의하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산은 엠앤에이실은 물론 경영진은 전체 거래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산은의 해명은 거짓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산은과 포스코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해 특혜를 주도록 한 당시 이명박 정권의 실세에 대한 의혹도 더 커지게 됐다.
또 포스코가 당시 미래에셋으로부터 자신의 주식보다 전씨 주식을 훨씬 비싼 값에 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 및 전씨와의 협상을 통해 주식 매입가를 시가 대비 30% 정도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주당 1만2900원에 합의했는데, 계약 직전 미래에셋이 자기 주식은 주당 1만1000원에, 전씨 주식은 이보다 50% 가까이 비싼 1만6331원에 나눠 사달라고 요청했다”며 특혜 책임을 미래에셋에 돌렸다. 미래에셋 유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 주식은 경영권과 무관해 처음부터 시가에 팔기로 했고, 전씨 주식 가격은 포스코가 결정했다”고 부인했다.
한편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합병한 포스코플랜텍은 26일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나, 산은 등 채권단이 포스코의 추가지원을 요구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전정도 전 회장은 플랜텍 이란 공사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 실질심사가 28일 이뤄진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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