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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자율 주행’ 자동차를 타봤다!

등록 2015-06-28 20:12수정 2015-07-01 19:55

볼보 자동차 자율 주행 차량 내부.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볼보 자동차 자율 주행 차량 내부.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운전대를 잡고 있던 두 손이 허공을 휘젓는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뗐다 하던 오른발은 미동이 없다. 유독 조용한 수소연료전지차(FCEV) 내부.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닮았으나 기계음이 분명한 소리가 귓전을 파고든다. “전방에 장애물이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전방을 주시하세요.” 지금 이 차는 스스로 운전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시속 40㎞로 느린 편이었으나 조수석에서 운전을 하지 않는 운전자를 보고 있자니 긴장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반대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들이 속속 보이자 불안은 더해졌다. 저 차들은 이 차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걸 모른다. 곡선 도로가 나타나자 삐걱삐걱 운전대가 움직인다. 차량의 운전 성향은 매우 방어적이다. 과속방지턱 같은 조그마한 장애물이 나타나도 일단 멈추고 운전자 주의를 환기시켰다. 차선이 잘 보이지 않자 차가 멈칫한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차는 스스로 속력을 내어, 애초 설정해 놓은 시속 40㎞를 유지한다. 이렇게 스스로 움직이는 차에 10여분간 몸을 맡겼다. 긴장감은 점차 누그러졌지만 주행 상황은 줄곧 신경쓰였다. “구간 자율주행을 종료합니다. 핸들을 잡으세요.” 다시 사람이 운전을 시작했다.

자율주행 국내 수소연료차 체험
초보의 방어운전인듯 멈칫거려

자율주행 기술발전 0~4 단계로
현대차 연습장 주행 3단계 개발중

미·일·독 2020년 기술완성 목표
구글 “11살 아들 면허 필요없게”

부분적 기술 활용은 이미 현실로
완전 상용화엔 맞춤형 도로 필수

지난 6월10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안 도로에서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가 일정 구간을 스스로 달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지난 6월10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안 도로에서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가 일정 구간을 스스로 달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지난 6월10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안 도로에서 이 회사가 개발중인 스스로 달리는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를 타보았다. 운전을 하다 버튼 하나를 누르니, 차가 스스로 운전대·브레이크 등을 제어하기 시작한다. 특정 구간에서 차가 자동으로 달리는 현대차 기술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량 전면·측면·후방에는 카메라와 라이다(빛을 활용한 외부 감지 장치)가 달려 있다. 이러한 센서(감지장치)들이 도로 상황을 수집하면, 차는 이 정보를 이미 갖고 있던 연구소 지도와 실시간으로 비교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어디쯤 위치할지 결정하고, 운전대 방향을 얼마나 틀지, 멈출지 말지를 판단한다. 자율주행은 미래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거론되는 키워드이다. 판단이나 인지적 한계가 많은 사람이 운전하는 걸 최소화하고, 차가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운전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2013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 발전 단계를 0부터 4까지 다섯 단계로 구분해 제시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운전대 등 모든 제어장치를 책임지는 0단계부터 어떠한 상황에서든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가는 4단계로 나뉜다. 남양연구소 안 도로 등 제한된 조건에서 운전자가 선택한 구간에서만 자율주행을 하는 건 3단계다. 아직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아 연구소 밖 공공도로에서 시험주행은 불가능했다. 권형근 현대차 지능형안전연구팀장은 “3단계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는 2025년 출시할 계획”이라며 “그에 앞서 운전 패턴을 학습해 이상 상황을 경고하는 시스템 등 부분적 자율주행 기술들을 단계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출시되는 국내외 차량엔 교통체증 때 앞 차량을 뒤따라갈 수 있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주자는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공룡인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설계한 전기 동력의 무인자동차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지도 정보를 학습한 구간에서 운전대, 브레이크, 가감속 페달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 엄슨은 지난 3월 “열한살 아들이 2020년엔 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가 되지만 그럴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게 구글의 목표”라고 공언했다. 기존 완성차 업체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혼다·포드는 2020년 4단계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발전 단계 및 인식조사(※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그래픽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완전 자율주행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다. 이러한 차량의 상용화는 2025~2035년이면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 그러나 자동차가 운전을 하는 동안 운전자가 잠시 자거나 만화를 보는 상상은 현실이 되기엔 아직은 먼 미래라는 지적도 있다. 완전 자율주행이 현실화하려면 광범위한 기술 융합과 교통 인프라가 필요하다. 차체를 지능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무선통신을 통해 주변 차량·신호등·도로 등과 정보를 주고받아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모든 주행 지역의 지도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재구성해야 하며, 도로도 디지털화해야 한다. 모든 도로를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만들려면 사회적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기에 사람이 아예 없는 무인자동차는 주로 셔틀버스처럼 일정한 구간을 저속으로 오고 가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비행기 이착륙은 자동 운항이 가능하지만 굳이 조종사가 맡는다. 기계에 운전을 맡겨놓다가 유사시 사람이 운전하는 상태로 전환해야 할 경우가 생기는데, 운전 주체가 바뀌는 찰나에도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차 운전자가 눈빛이나 표정으로 ‘먼저 가도 좋다’는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있지만 차는 이러한 변수를 인지하기 쉽지 않다.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아주 제한된 상황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건 차가 사람보다 잘하지만, 사람이 하는 즉각적인 판단은 차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자율주행 기술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교통사고 가운데 80%가량은 음주·운전미숙·졸음 등 운전자 과실 때문에 일어난다. 2013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자율주행이 정체·사고 등 문제를 감소시켜 미국에서만 연간 1조3천억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영국·스웨덴·스페인·독일 4개국 연구기관과 볼보는 2009년부터 3년간 ‘사르트르(Safe Road Trains for the Environment·환경을 위한 안전한 도로주행 열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팀은 컨테이너 트럭 꽁무니를 쫓아 뒤쪽에 있는 자동차 세 대가 6m 간격을 두고 자동으로 쫓아가는 협력주행(군집주행)을 실험했다. 마치 철도 위 기차 객차들처럼 떼지어 달리는 모양새다. 실험 결과, 사람이 운전하는 차보다 연비는 높아지고 사고는 줄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2년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한 ‘오토파일럿 시스템 위원회’를 설치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우리보다 앞선 유럽과 미국은 차가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제어해 충돌을 방지하는 자동제동장치(AEB)를 자동차 안전등급 인증 조건에 포함시킨 상태다. 유럽·미국 시장에서 안전 차량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자율주행 기술의 확보가 필수가 된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이라는 생태계 변화는 ‘후발주자’인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체에 기회이면서도 위기다. 운전이 더욱 쉬워지면서 고령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자동차를 살 이유가 생긴다. 올해 1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1500여명의 미국 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5년 안에 부분 자율주행차를 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부분 및 완전 자율주행차에 대해 안전성과 연비 증가, 사고 감소로 인한 보험료 인하, 이동 시간의 활용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었다. 반면, 차를 소유하지 않는 흐름과 맞물려 자율주행 택시나 카셰어링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돼 자동차 판매량은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제 운전 장면. 현대자동차 제공>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자율주행차 사고 나면 책임은 누가?

새 기술 기대 크지만 사고 우려

미 주행시험 중 사고 13건 논란

삶에 어떻게 스며들지 고민해야

우리 사회는 자율주행에 대해 차가 정말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지 기술적인 부분에 주로 주목해왔다. 이러한 기술이 사람들 생활에 어떻게 스며들지 안전 규제, 도로 인프라, 기술 역량, 문화, 법률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는 지난해 7월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등 영어권 3개국의 18살 이상 성인 1533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응답자 중 56.8%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장비·시스템 오류로 인한 안전사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오류 발생, 운전자의 책임, 시스템 보안, 개인정보 활용에 따른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는 복잡한 문제다. 운전자와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SW) 업체, 통신사, 지도 서비스 업체, 정보를 주고받은 도로, 부품사 등 사고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주체가 광범위해지기 때문이다. 책임 규명 과정이 복잡해지면 피해 보상이 더뎌질 수 있다. 허정윤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여객기 사고에 대한 항공사의 책임을 규정한 몬트리올 협약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몬트리올 협약은 실제 손해가 입증되는 경우 항공사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피해자에게 보상금 지급을 규정하고 있다. 특정 한도의 금액까지는 항공사에 무과실 책임을 부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완전 자율주행에 이르기 전까진 사람이 어느 정도 운전에 개입해야 한다. 현재 모든 나라의 교통법규는 항상 운전자 통제 아래 차가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자율주행 단계가 되면 이러한 법규엔 균열이 올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에서는 구글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구글은 22일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자율주행차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1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명피해가 없는 경미한 수준이며 자사 차가 사고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지난 5월 미국 <에이피>(AP)는 지난해 9월 이후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험운행된 50대의 자율주행차 가운데 4대가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사고 차량 4대 가운데 3대는 구글과 관련된 차였다. 당시 캘리포니아 교통국(DMV)은 사고 내용 공개를 거부했으나, 투명성 논란이 커지자 최근 기록을 공개했다. 구글은 6월부터 사고 내용이 포함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보고서를 매달 공개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허정윤 교수는 “항공기 사례를 보면 자동운전을 하다가 사람이 직접 운전에 나서는 전환 과정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사람의 인지적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자율주행 모드 전환 설계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꼭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전에서 해방된다고 해도 차 안에서 책이나 영화를 보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멀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궁성 한국도로공사 교통연구실장은 “보통 멀미는 평형감각과 시각정보가 일치하지 않을 때 생긴다. 운전자는 차의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어 두 감각이 일치하지만, 조수석에 앉으면 차의 움직임을 미세하게나마 예상을 하지 못해 멀미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 내부가 온전히 개인의 공간이 될지, 아니면 가족·이웃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사람이 하던 운전을 기계가 대신 하면서 택시나 트럭 기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예측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디지털기술, 인공지능, 로봇, 자동화, 사물인터넷 등 2세대 기계는 스스로 생산을 하면서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기계와 사람이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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