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회에 보고서 제출
위험가구 비율 14.2%…3.9%p↑
고액자산가·자영업자도 빨간불
위험가구 비율 14.2%…3.9%p↑
고액자산가·자영업자도 빨간불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는 동시에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면, 가계의 전체 금융부채 가운데 부실 위험에 빠지게 될 부채 비율이 30%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가계부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이 함께 이뤄질 경우 가계의 부실 위험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금리가 2%포인트 오르고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는 ‘복합충격’이 발생하면, 2014년 기준 10.3%(112만2000가구)인 부실 위험가구(가계부실위험지수 100초과) 비율이 14.2%로 3.9%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위험부채 비율(가계의 전체 금융부채에서 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 비중)도 19.3%(143조원)에서 32.3%로 13.0%포인트나 상승했다. 가계부채의 3분의 1가량이 부실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주택가격은 변동이 없고 금리만 2%포인트 오를 경우, 위험가구와 위험부채 비율은 각각 12.7%와 27%로 상승해 복합충격에 견줘 부실 위험 증가폭은 낮은 것으로 나왔다. 다만 금리가 3%포인트까지 상승하면, 위험가구와 위험부채 비율이 각각 14.0%와 30.7%로 높아져 금리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국이 연내 정책금리 인상을 예고해 내년 이후 국내 금리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인구감소 등의 영향으로 향후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의 잠재 위험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다.
특히 금리 상승 및 주택가격 하락은 저소득층뿐 아니라 고액자산가와 자가 가구, 자영업자의 부실위험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2%포인트 상승, 주택가격 10% 하락의 충격이 함께 가해졌을 경우 자산 5분위에 해당하는 고액자산가의 위험부채 비율이 17.3%포인트 올랐고, 자가 가구는 13.8%포인트, 자영업자는 16.1%포인트 상승해 다른 가구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 보고서는 “소득기반이 약한데도 무리한 차입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고액자산 보유 가구가 금리 상승 및 주택가격 하락 충격에 상대적으로 크게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가계부채 수준 및 증가 속도를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가구 특셩별 가계부실 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가운데 대출금 상환 용도 비중이 31.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전인 지난해 1∼7월(17.1%)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면 주택구입 목적으로 받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50.4%에서 39.8%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난데다 안심전환대출까지 더해져 기존 대출 상환을 위한 대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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