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주주총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은 없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의 김신 사장(상사부문)은 30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주주들의 이해를 구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어, 합병안의 주총 통과를 믿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는 찬성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6월5일 엘리엇의 합병 반대 선언 이후 삼성물산 최고경영자가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연금이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씨앤씨의 합병에 반대했다. 시장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사안이 비슷해 반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에스케이는 지주회사 간 합병이지만, 삼성은 사업회사 간 합병이어서 시너지 효과가 크다. 또 에스케이는 국민연금이 반대해도 합병에 영향을 안 줬지만 삼성 합병 건에선 매우 중요한 변수다. 합병이 무산돼 주가가 하락하면 국민연금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 같은 장기투자자는 단기적 주가 흐름보다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더 중시한다. 합병에 찬성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도 지주회사 성격이 있지 않나?
=전혀 없지는 않다.
-삼성물산의 자산가치에 비해 합병비율이 불리해서, 주주 이익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유럽에선 합병사끼리 협상해서 비율을 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법으로 정해져 있고, 삼성은 그대로 따랐다. 심지어 엘리엇도 합병 자체는 옳다고 판단했다.
-일부에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해 관리했다고 의심한다.
=한국 자본시장 규모에 비춰 주가를 임의로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외 수주가 적은 것은 모든 건설사들의 공통 문제이고, 삼성물산은 합병발표 직전에도 수주를 발표했다. 주가는 경영실적과 그에 대한 시장평가의 집합체다. 삼성은 주가를 경영자 평가에 반영한다. 그런데 삼성물산의 사장과 직원들이 주가가 올라가지 않게 관리했다는 게 말이 되나?
-제일모직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제일모직의 공모가를 5만3천원으로 정할 때 주위에서 너무 낮다는 말도 있었지만 최대한 보수적으로 했다. 공모주를 산 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에도 증권사들이 제일모직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서, 주가가 오를 때마다 그럴 계획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엘리엇의 공격 이후 투자자들을 상대로 설득 노력을 하고 있는데, 성과는 있나?
=삼성물산의 주요 국내외 기관투자가는 150여곳에 달한다. (공동 대표이사인) 최치훈 사장과 함께 직접 만나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성과가 있다고 본다.
-삼성과 케이씨씨의 물산 지분을 합치면 20% 정도다. 반면 엘리엇과 일부 국내외 기관 등 합병에 공개 반대한 투자자의 지분은 12%를 넘는다. 합병안이 통과하려면 찬성표가 반대표의 2배가 되어야 한다. 표 분석을 한다면?
=주주들의 이해를 구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면 주주들이 찬성해 줄 것이다. 합병안의 통과를 믿고 있다.
-판세가 불리하면 주주총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가능성은?
=불가능하다. 합병 발표 이후 공시내용을 믿고 많은 주식 거래가 이뤄졌다. 주총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려면 합병계약을 바꿔야 하고, 기존 공시도 다 번복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공시에 따라 합병 시너지 등을 기대하고 매수한 투자자들이 회사와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변경하기는 어렵고 주총에서 주주들이 결정해야 한다.
글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