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서 대규모 손실
삼성중공업도 사상 최대 적자
갑작스런 실적 급변동 놓고
과거 회계처리 적정성에 의혹
삼성중공업도 사상 최대 적자
갑작스런 실적 급변동 놓고
과거 회계처리 적정성에 의혹
그동안 숨겨온 누적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에 3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3조751억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도 2분기에 1조5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는 조선업계 ‘빅3’가 29일 일제히 2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대우조선해양 실적 발표는 다음달로 예정돼 있었으나 다른 업체도 경영 성과가 좋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을 덜 받기 위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의 심각한 실적 악화는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시장이 침체되자 치열한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던 일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해양플랜트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 해양 자원을 발굴하고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이다.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대 영업손실 가운데 85%가량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 사업은 13개이며 대다수가 수주 당시 예상한 공사 원가보다 투입 비용이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2011년 노르웨이 시추업체 ‘송가 오프쇼어’로부터 배 한척당 약 6천억원에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4척의 작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손실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척당 평균 10개월~1년가량 공정이 지연돼 모두 1조원가량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영국 런던해사중재인협회에 송가 오프쇼어를 상대로 이 손실을 보전해 달라는 내용의 중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건조 과정에서 시추업체가 요구한 설계를 적용해보았으나, 오류가 많아 설계변경이 발생한 탓에 건조가 지연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송가 오프쇼어는 대우조선해양이 공정 지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흑자를 낸 1분기에 견줘 2분기 손실이 급증한 데 대해 “전체 사업을 점검한 결과 해양플랜트 사업 대부분 투입 비용(공사 원가)이 증가했다”며 “이미 한번 공사 원가를 조정했던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부유식 원유 생산 및 저장설비(FPSO) 사업에서도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향후 임원 수를 줄이고 비효율 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도 2분기 1924억원의 영업손실을 포함해 상반기에만 3634억원 적자를 냈다. 올해 하반기에도 조선 3사가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분기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미청구공사 규모는 약 9조4000억원, 4조8000억원, 7조4600억원이다. 미청구공사란 매출로 인식했지만 돈을 받을 권리가 확정되지 않아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채권이다. 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동성 악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가 5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갑자기 털어내면서 그동안 회계 처리 방식이 적정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2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조선산업의 특성상 공정 후반부에 공사원가가 다시 계산되고 이에 따른 일시적인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조 단위의 부실은 산업 전반에 걸친 시스템 위기”라고 진단했다.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부실 규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대우조선이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부실이 수조원대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진상 파악을 위한 실사에 착수한 바 있다. 산업은행 쪽은 “실사 결과가 8월말께 나오면 회계 처리상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조처를 취할지 결론을 낼 것이다.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생길 경우 신규 자금 투입을 얼마나, 어떻게 할지도 그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분식회계 의혹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실사 결과를 지켜본 뒤 회계감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실적이 공시되고 실사 결과가 나오면 종합적으로 판단해 회계감리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현정 김정필 김수헌 기자 saram@hani.co.kr
조선업체 1·2분기 영업이익(손실)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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