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은행에서 연 3% 금리를 넘는 예금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2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은행의 신규 예금 가운데 연 0~1%대 금리 상품이 전체의 97.5%에 이르고, 나머지 2.5%도 2%대 금리에 불과하다.
6월 신규 저축예금 평균금리는 연 1.67%였다. 1억원을 은행에 넣으면 한 해 이자가 167만원, 한 달로 치면 14만원 정도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이자소득세(14%)와 주민세(1.4%)를 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한 달 11만8천원(연 이자율 1.5%)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온전한 수익은 아니다. 1억원을 저금해 연 1.5%대 이자를 얻는 사이, 물가가 2% 올랐다면 어떻게 될까? 이자소득만으로 생활하는 금리생활자라면, 원금을 까먹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은행이 공시하는 ‘명목금리’와 물가를 고려한 ‘실질금리’의 차이가 여기에서 나온다. 실질금리는 일반적으로 명목금리에서 소비자물가를 빼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올해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소비자물가는 0.9%다. 은행 평균금리 연 1.67%에서 이 수치를 빼면, 실질금리는 연 0.7~0.8%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실질금리를 계산할 때) 일시적 공급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 소비자물가보다 기대인플레이션율 등을 쓰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앞으로 1년간 물가상승률을 예상한 수치다. 한은은 최근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소비자물가보다 2.0%포인트 높았다고 밝혔다. 실질금리를 다시 2.0%포인트가량 낮춰야 하는 요인으로, 이미 은행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접어든 셈이다. 국채의 경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본금리에 물가 변동폭만큼 추가 금리를 얹어주는 ‘물가연동채권’이 있다. 하지만 은행 예금은 실질금리를 따로 고려하지 않는 만큼 명목금리에서 물가 등을 감안한 실제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계산할 필요가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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