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천여명 희망퇴직 해놓고
올해 200명 안팎 채용 진행중
올해 200명 안팎 채용 진행중
현대중공업이 올해 상반기 1천명이 넘는 직원을 희망퇴직시킨 지 몇 달도 지나지 않아 경력직 사원을 채용하고 있어 ‘인력 감축’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31일 “현재 조선·플랜트 등 전 사업부에 걸쳐 설계 부문 경력직을 채용중이나 사업부마다 전형 일정이 달라 정확한 채용 규모는 확인이 어렵다”며 “올해도 지난해 생산·사무직 경력사원 채용 규모(200명)와 비슷한 수준의 고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력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한 지난 6월 이후 지금까지 생산·사무직 경력사원 40명을 채용했다고 회사 쪽은 덧붙였다.
지난 7월 각종 취업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현대중 경력직 사원 채용 공고를 보면, 설계·설계운영·전력기기·전산·부품영업·연구·엔진·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을 모집했다. 희망퇴직이 진행됐던 분야에서도 경력직이 충원되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 직원들의 설명이다. 일부 부서에서는 구조조정 이후 젊은 인력들까지 회사를 나가 일손이 부족하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8월21일 펴낸 쟁의대책위 소식지에서 “실적 위주 구조조정으로 필요한 인원이 퇴직 압박으로 쫓겨나면서 조직력의 생명인 신뢰가 무너졌다”며 “더욱이 (구조조정)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그 자리에 경력사원을 뽑아 벌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블라인드’를 보면, 회사 분위기를 묻는 동종업계 인사에게 현대중 직원은 “인건비 줄이려고 고직급자 내보내고 그 자리에 저직급자를 때우는 식이라 좀 일하다 나간다 생각하시고 지원하면 된다”는 설명을 남기기도 했다.
현대중은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낸 뒤 올해 1월말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 6000명 가운데 1100여명, 15년 이상 장기근속 여직원 600명 가운데 2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런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들을 상대로 직무역량 교육을 받게 하는 등 회사가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컸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울산 지역 연구자는 “조선업 손실 요인 가운데 하나는 기초설계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인력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급한 대로 인건비 감축을 중심으로 한 위기대응 방식엔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은 “설계 인력이 부족해 경력직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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