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함께 유럽 등 출장 ‘끈끈한 유착’
협회 돈으로 공동경비 쓴 정황도 드러나
협회 돈으로 공동경비 쓴 정황도 드러나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를 관리·감독해야 할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협회 임직원, 완성차 업체 직원들과 함께 국외 출장을 떠나 일부 비용을 공유한 정황이 드러났다.
9일 <한겨레>가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동차산업협회 출장계획서, 공무원 국외 여행계획서 등을 종합해보면, 2013·2014년 두 해에 걸쳐 각각 다른 산업부 공무원이 유럽 지역으로 비슷한 성격의 출장을 다녀왔다. ㅂ서기관은 2013년 9월10일 4박6일간 일정으로 국내 자동차 유럽지역 성공 사례 분석 등을 목적으로 체코 프라하,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장을 떠난다. 현대차 체코공장 방문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참관이 주요 일정이었다. 출장을 위한 항공비와 체재비는 산업부 예산에서 집행됐다.
그해 자동차산업협회도 9월10일부터 4박6일간 유럽 자동차산업 정책연구 사업을 위한 출장을 진행했다. 협회 내부 문서엔 산업부 ㅂ서기관을 포함해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직원, 협회 임직원 등 5명이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협회는 출장을 진행하며 25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썼다. 소속 임직원 2명에 대한 항공료·숙박비 995만원뿐만 아니라 공동 경비와 현지 활동비 등으로 1500만원가량을 쓴 것이다. ㅂ서기관이 산업부에 제출한 출장 보고서와 협회가 출장을 마친 뒤 작성한 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표지에 적힌 기관명과 참석자 명단만 다를 뿐 내용은 판박이였다.
이듬해 산업부 ㄱ사무관은 국내 완성차의 유럽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현장 점검을 목적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다녀온다. 8월25일부터 4박6일 일정으로 짜인 출장에 필요한 항공비와 체재비는 산업부 예산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해당 사무관도 자동차산업협회가 8월25일부터 진행한 외국 자동차 산업 정책연구 출장 명단에 포함돼 있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직원, 협회 직원 등 3명이 함께 떠난 것으로 돼 있으며, 협회 소속 직원 출장비 외에 공동 경비와 현지 활동비로 1000만원가량이 쓰였다.
협회로부터 일부 출장 비용을 실질적으로 지원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ㅂ서기관은 “기업을 방문할 땐 업체·협회 사람들과 함께 움직였지만 모터쇼 일정 등은 따로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협회와 산업부는 유독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1988년 설립 초기부터 2011년 3월까지 산업부(옛 상공부, 지식경제부) 공무원 출신 인사가 협회 상근 부회장을, 회원사 대표가 협회장을 맡았다. ‘외국인 대표는 협회장이 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인해 회원사 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부회장 대신에 회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하고, 산업부 출신 부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한다. 현재 회장은 산업자원부 차관보 출신인 김용근 전 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이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회장·부회장·상무 등 협회 임원을 맡은 산업부 공무원 출신은 모두 12명이다. 국토해양부 기술서기관 출신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협회 이사로 일했다. 김제남 의원은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산업계 협회 임원으로 내려와 정부 부처와 업계를 잇는 사실상의 로비 통로 구실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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