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6월 17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18일로 다가온 미 FOMC 회의
실업률 호전 불구 다른 지표들 악화
월스트리트저널 전문가 대상 조사
‘9월 인상’ 46%…전달보다 36%p 하락
연준에서도 의견 갈려…옐런은 침묵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들
“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 제거해야”
실업률 호전 불구 다른 지표들 악화
월스트리트저널 전문가 대상 조사
‘9월 인상’ 46%…전달보다 36%p 하락
연준에서도 의견 갈려…옐런은 침묵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들
“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 제거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8일 새벽(한국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9년 만에 ‘제로 금리’의 정상화(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013년 양적완화 조처 중단 ‘신호’만으로 신흥국 경제를 추락시켰던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일부 신흥국들은 “인상 시기의 불확실성에 따른 악영향이 더 크다”며 오히려 ‘9월 금리 인상’을 바라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려도 신흥국 가운데 한국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줄곧 ‘올해 안 금리 인상’을 공언해왔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올해 9월, 10월, 12월 세 차례밖에 남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있는 회의 때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관례를 고려하면 9월과 12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달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지는 여전히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 연방준비제도 안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14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지표는 8월 실업률(5.1%)은 호전됐지만, 고용률(신규 고용 17만3천건·8월)과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6.2포인트↓), 현재상황지수(4.8포인트↓), 경기전망지수(7.0포인트↓·이상 9월)가 줄줄이 하락하는 등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실한 근거’를 주지 않고 있다. 연준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물가상승률이 2%를 넘을 때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며 ‘9월 인상’ 가능성에 불을 지피자,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가 “(저물가, 중국 경기 둔화 등) 금리 인상을 막을 역풍이 일고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7월 이후 입을 다물고 있다.
이달 회의에서 금리 인상 전망은 약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11일 경제전문가 64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는 ‘9월 인상’ 전망이 46%였지만, 지난달 조사(82%) 때보다 36%포인트나 줄었다. 최근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도 78명의 경제전문가 가운데 38명(48.8%)만 ‘9월 인상’을 점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적 경제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가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적당한 수준일 때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국의 증시 폭락과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9월에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세차례 인상된 것과 비슷한 충격을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2006년 6월 이후 9년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올린 적이 없다.
반면, 미국이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해 인상 시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오히려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 인상 시기의 불확실성이 더 해롭다”(훌리오 벨라르데 페루 중앙은행 총재)거나, “언젠가 해야 한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일찍 긴축(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대신 시기를 예고하고, 느린 속도로 진행하는 게 낫다”(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며 불확실한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신흥국 입장에선 금리 인상이 시작되지 않으면, 연준 회의 때마다 국외 자본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불안한 상황이 된다. 특히 12월에 미 금리가 오르면 그 충격이 내년으로 고스란히 넘어가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장기간 금리 인상 예고를 해온 만큼 금리를 올려도 충격파가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세계 경제에 워낙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지만, 연준의 ‘선제적 안내’로 충격이 많이 완화될 것이다. 금리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 결정 뒤 밝히는 ‘인상 속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그 전부터 예고돼 시장 금리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연준도 신흥국 충격을 알고 금리를 점진적인 속도로 올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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