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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나는 피케티의 이론에 동의한다

등록 2015-10-13 19:57수정 2015-10-13 21:59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2일(현지시각) 교내 알렉산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상소감을 밝히며 양손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프린스턴/AP 연합뉴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2일(현지시각) 교내 알렉산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상소감을 밝히며 양손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프린스턴/AP 연합뉴스
한국서 잘못 소개된 ‘노벨경제학상 디턴 이론’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삶이 나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수백만명이 끔찍한 빈곤과 영유아 사망을 경험하는 게 사실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스튜어트 디턴(70)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제성장의 유산인 불평등이 개인 삶에 미친 악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디턴 교수는 13일(한국시각) 노벨 경제학상 수상 뒤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도 “노벨위원회가 세상의 빈곤에 대한 연구에 상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 반갑다”며 “많은 사람이 지금도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20~30년간 극심한 빈곤은 크게 줄었지만 아직 위험에서 벗어난 게 아니란 걸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평등이 성장동력, 분배보다 성장 우선’ 취지와 달라
‘성장으로 일부 빈곤 탈출했지만 더 개선 필요’ 뜻
디턴 수상 인터뷰 “아직 빈곤위험 벗어난 게 아니다”

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20∼30년간 극심한 빈곤은 크게 줄었지만 아직 낙관적인 단계는 아니라고 말한다. 한 쪽방촌 주민이 지난 2012년 2월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에서 겨울 구호용품으로 나눠준 쌀을 어깨에 지고 서울 용산구 동자동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20∼30년간 극심한 빈곤은 크게 줄었지만 아직 낙관적인 단계는 아니라고 말한다. 한 쪽방촌 주민이 지난 2012년 2월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에서 겨울 구호용품으로 나눠준 쌀을 어깨에 지고 서울 용산구 동자동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그는 지난해 출간한 책 <위대한 탈출>에서 “한마디로 이 세계는 너무나 불평등하다”고 강조한다. 디턴의 대표적 저서인 이 책의 제목은 2차대전 당시 영국군 전쟁포로들의 탈출 과정을 그린 영화 <대탈주>에서 따왔다. 그는 영화를 빗대 “몇몇 탈주자 외에는 모두 다시 붙잡혔고, 그중 50명은 처형당했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대탈주는 다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희망은 가질 수 있다”며 대안을 찾아 나섰다.

디턴 교수는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도 선진국과 저개발국가 사이뿐 아니라 한 국가 안에서도 개인들 간의 생활 수준과 보건 여건 등에서 여전히 큰 격차가 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디턴 교수는 책에서 “한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 다른 국가를 희생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 일부가 탈출하는 동안 일부는 뒤에 처진다”며 “2차대전 뒤 국가간 해외원조로 격차를 줄이려 했지만, 국외 자금들이 수익을 좇으면서 오히려 불평등이란 유산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존 거시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신 개인의 건강·수명 같은 구체적 조건을 통해 삶의 질을 분석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는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가난한 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연구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이 좋은 삶을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해왔기 때문에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프리카 현지 등에서 직접 설문조사에 나서는 등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개인들의 삶에 관심을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디턴 교수는 “불평등이 경제성장(자본주의의 발전)을 촉진하고 경제성장은 불평등을 완화한다”(<위대한 탈출>)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위대한 탈출>의 국내 번역본 부제가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진시키나’로 붙은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를 두고 국내에선 ‘자본주의 발전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에 맞서는 이론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심지어 국내 일부 언론은 노벨 경제학상 발표 뒤 그가 ‘불평등이 성장을 촉진하고, 성장을 통해 자연스레 빈곤이 해소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그를 일종의 ‘불평등 옹호론자’로 묘사한 것이다.

하지만 정성태 엘지(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턴 교수의 이론은 경제성장으로 인간의 삶이 개선됐지만, 경제성장을 해도 빈곤에서 탈출한 사람은 일부에 불과했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피케티의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디턴 교수도 책에서 ‘피케티 이론’에 대해 “(그의 연구 결과가) 소득 불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꿨다”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그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과 빈곤 사이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세계적으로 절대빈곤은 계속 감소하겠지만, 맹목적인 낙관론자가 되고 싶지 않다”며 “수억명의 빈곤층이 있고, 이들의 건강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디턴 교수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불평등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가져올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고,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 등도 “명석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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