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사내 게시판 갈무리
사측 사내 게시판 서명 참여 독려에 천막 농성중 노조 반발
지난해 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노조가 26일째 천막 농성중인 아시아나항공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경제단체가 추진하는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하고 나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 지부는 28일 아시아나항공 사내 게시판에 사쪽이 올린 게시물을 갈무리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서명운동 안내’라는 제목으로 28일 오전 8시께 올린 게시물에서 회사 쪽은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위하여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어 안내드린다”며 “아래의 서명 참여 가능 사이트로 이동하시면 참여 가능하다”고 알렸다. 게시글 아래에는 ‘서명 참여 가능 사이트 안내’라며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서명 운동본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누리집 주소를 실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38개 경제단체가 추진하는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은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과 ‘노동5법’,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등의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다. 법안 내용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고 해고를 손쉽게 만드는 방안을 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직접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황교안 국무총리 등도 나서면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대기업 편에 서서 ‘관제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말 항공 예약 업무와 공항 지상 근무를 맡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의 일자리를 아웃소싱하겠다는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 지부는 지난 3일부터 26일째 서울 김포공항 격납고 앞 주차장에서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 계획안을 철회하든지, 아웃소싱 대상 노동자의 고용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신철우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회사는 이들을 인위적으로 내몰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고용보장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24일 임단협 교섭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뒤 올해 1월18일에는 임단협 해지를 일방 통보하고, 이제는 노동악법 법안 서명 독려까지 하면서 회사가 박근혜 정부 노동법 개악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신 지부장은 “아시아나항공은 노동 개악 논란이 일기 훨씬 전인 2014년 말 이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 개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시아나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별로 서명운동에 참여하자고 이야기가 되면서 게시글을 올리게 된 것이고, 우리만이 아니라 대한항공 등 다른 회사들도 서명운동 참여 독려를 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경제 살리기에 기업과 그룹 차원에서 동참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전직원 상대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3년 정도 신규 채용을 가능한 한 자제하면서 500여명의 인원을 인력이 순감하는 곳에 재배치하는 방법으로 고용을 보장할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도 노조가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억측만 제기하면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철우 위원장은 사 쪽 설명에 대해 “전체 회사로 봤을 때는 자연 퇴직자가 1년에 200명 정도 생긴다지만, 이들 중엔 조종사도 있고 승무원도 있고 정비사도 있다”며 “예약 업무를 맡는 노동자들은 조종사 자격도, 승무원 자격도, 정비사 자격도 없기 때문에 이들 자리에 재배치할 수 없지 않느냐? 예약 부분이나 지상 근무직 자연 퇴직자는 1년에 50명에서 70명 사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아시아나항공 노조 천막 농성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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