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사람으로 구성되고, 사람에 의해 성과가 좌우된다. 그러나 경영 일선에서 심리 문제는 종종 배제된다. 인사·전략 컨설턴트인 유정식(45) 인퓨처컨설팅 대표는 이러한 풍토에 오랫동안 의구심을 품어왔다.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기업 성과 창출의 방정식을 풀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대학 졸업 뒤 1996년 기아자동차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유 대표는 컨설팅 업체 아더앤더슨과 왓슨와이어트를 거쳐 2003년 인퓨처컨설팅을 설립했다. 2007년 말부터 심리학 논문을 읽고 경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정리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왔다. 이를 기반으로 2013년엔 저서 <착각하는 CEO>와 최근 <당신들은 늘 착각속에 산다>를 펴냈다.
16일 서울 마포구 연희동 사무실에서 만난 유 대표는 국내 기업인들이 가진 편견 가운데 가장 깨기 힘든 것을 ‘평가를 기반으로 한 차등보상제에 대한 믿음’이라고 꼽았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는 ‘돈’만한 것이 없다는 믿음이다. “성과주의는 단기적으로 설정된 목표 외에 협업이나 창의성 발현 같은 부분을 신경쓰지 않도록 만들어버리는 함정이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개인과 조직의 창의성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창의성은 평가되고 관리되는 것이 아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어도비 같은 미국 기업들이 기존의 평가 제도를 없애는 추세이다.”
그가 만난 기업인들은 현행 평가제도에 대한 문제점에 동의하면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평가제도 대신 ‘조직에서 내가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알려주는’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피드백은, 상사가 직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으로 오인된다. 유 대표는 직원의 행동을 관찰해 그에 대한 생각·조직에 미치는 영향·기대감 등을 전달하는 것이 피드백이라고 짚었다. “피드백 제도를 도입했다가 성과가 나지 않는다며, 금방 접는 회사도 있다. 일터에서 만족도를 올려 자연스럽게 업무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가 보기에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도 깨져야 할 관행들이 있다. 소수 면접관들의 ‘노하우’에만 채용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구직자에 좋은 점수를 주는 ‘면접관의 착각’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구직자에게 즉흥적인 질문을 하기 보다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기록으로 남겨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가능한 여러 사람들의 시각을 반영해 채용하려는 노력이다. 잘못 들인 ‘썩은 사과’가 조직에서 10명을 데리고 나간다는 이론이 있다. 채용은 굉장히 힘들어야만 하는 작업이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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