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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계가 OK할 때까지” 투명경영 대전환

등록 2005-10-23 19:13수정 2005-10-24 02:11

21일 오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마음 전진대회’에서 에스케이네트웍스 임직원들이 세계 여러나라의 다양한 복장을 한 채 잠실선착장까지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21일 오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마음 전진대회’에서 에스케이네트웍스 임직원들이 세계 여러나라의 다양한 복장을 한 채 잠실선착장까지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한민국 희망기업 ③ 에스케이네트웍스
“가는 곳마다 대뜸 욕부터 합디다. 살면서 그렇게 욕을 먹어본 적이 없었어요. 2003년 분식회계 사태가 터진 뒤 에스케이글로벌 정상화 책임을 맡고 채권단한테 인사를 다닐 때 일입니다. 울화로 신장이 퉁퉁 붓더군요. 그래도 욕은 먹을만 하다 싶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우리 때문에 몸을 다친 사람들이 숱했으니까요. ”(정만원 대표이사 사장)

“사회에 진 빚 갚아야죠”

에스케이네트웍스(옛 에스케이글로벌)는 대규모 분식회계로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깎아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상징이었다. 2년 반 전 6조5천억원의 감춰진 부실이 백일하에 드러났고, 8조5천억원의 국내외 채무 압력에 부닥쳤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 21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에스케이이네트웍스의 사내 체육행사 ‘한마음 전진대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차가운 날씨에도 ‘열정’ ‘패기’ 등의 깃발로 훈기가 감돌았다. ‘세계를 향한 행진’이란 대회 주제에 걸맞게 페루 전통 의상 코스프레를 했던 무역부문 이선진(33·여) 주임은 “회사가 어려울 땐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 바랬다. 오늘 체육대회는 예년보다 훨씬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2004년초 체육대회에서 전인권의 ‘사노라면’을 불러 직원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정만원 사장은 이문세의 ‘나는 행복한 사람’을 불러 사기를 북돋웠다.

분식회계 ‘아픈 교훈’ 거듭나기 박차
수익·신용 회복 위크아웃 조기졸업 꿈

불과 2년 전만 해도 수금을 해서 회사 영업용 계좌에 돈을 넣으면 채권자의 가압류가 들어왔다. 에스케이네트웍스는 금융사고가 날까봐 불안에 떨면서도 고육지책으로 직원들의 개인 계좌로 거래를 했다. 수출 첨병으로 세계를 누비던 종합상사의 자부심은 산산히 부서지고, 신용장 개설 길이 막혀 울음을 삼켰다. ‘빨간 모자’의 에스케이 주유소, 오케이 마트, 경정비 스피드 메이트 등 잘 나가는 브랜드마저 위기에 내몰렸다. 2400여명의 임직원 중 799명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새벽 인력시장 풍경과 비슷했어요. 구조조정에 오른 사람들 중 그룹 계열사가 그나마 필요하다 싶은 사람들을 데려가면 나머지 사람들은 제각기 살 길을 찾아 떠나야 했으니까요.” 한 중견 간부는 속쓰린 기억에 눈물을 글썽였다. 누적된 경영 비리로 기업의 신인도는 물론, 여신을 줬던 금융기관, 주식·채권 투자자, 회사 직원들까지 수렁 깊이 잠겨버렸던 셈이다.

사외이사 권한 대폭 강화

그랬던 에스케이네트웍스의 변신은 가히 놀랍다. 2003년 하반기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2년 연속 기대치 이상의 수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는 등 눈부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도 BB+로 여덟 단계를 껑충 뛰었다. 워크아웃 졸업일정은 애초 2007년말로 잡혀 있지만, 채권단과 맺은 양해각서의 워크아웃 조기졸업 7개 요건 중 6가지를 올해 말이면 무난히 달성하게 된다. 2006년 ‘조기졸업’ 임박설도 솔솔 나온다.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추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추이


이러한 성적표가 대규모 분식회계로 막대한 피해를 끼친 에스케이네트웍스에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채권자들의 손실을 메꿨으니 됐다’고 말할 처지는 아니다.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로 재산상의 크고 작은 손실을 입었을 투자자들의 고통, 국가 신인도 훼손, 회사를 떠난 직원과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 등은 고스란히 남은 업보다. 체육대회에서 만난 한 직원은 “남은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회사를 살려보자고 뛰었지만, 회사가 직원들의 상처에 대해 무얼로 보상할지 미심쩍다”고 말하기도 했다.

에스케이네트웍스가 시련을 겪으며 얻은 교훈과 경영 투명화가 실적 못지않게 눈길을 끈다. 정상화 과정을 통해 사외이사의 실질적 권한 강화 등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를 잡게 된 것이다. 올해 15조원 가까운 매출을 목표로 하는 회사지만, 최고경영자가 분식회계의 업보 탓에 회사 밖 자금관리단한테 단돈 1천만원짜리 자금집행을 결제받던 겨울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4명의 사외이사의 집엔 회사 인트라넷이 모두 깔려 있다.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대표이사와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게 회사 쪽의 설명이다. 또 이사회 사무국이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사외이사들에게 정기적으로 전달한다. 정만원 사장은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하려면 의사결정에 더 많은 시간이 드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이는 의사 결정 합리화로 리스크를 줄이는 비용이고 그만큼 노력을 더해 시간을 단축하면 된다”고 말했다. “막상 해보니 다른 기업도 사외이사 제도를 저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에스케이네트웍스가 우리 경제 희망의 돌탑에 올린 작은 돌 하나인 셈이다.

정만원 사장은 “에스케이네트웍스는 채권단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 탄탄히 서서, 한국 기업의 자존심을 한 차원 높이는 것만이 빚을 갚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사업 모델 만들며 외국시장 개척할 것”

정만원 에스케이네트웍스 사장

“사업 모델 만들며 외국시장 개척할 것” 정만원 사장
“사업 모델 만들며 외국시장 개척할 것” 정만원 사장
정만원 (53) 에스케이네트웍스 사장은 2003년 2월 에스케이글로벌(현 에스케이네트웍스)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가 불거진 뒤 구원투수로 나선 전문경영인이다. 1977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발을 디딘 뒤 동력자원부·통상산업부 등을 거쳐 1994년 에스케이 그룹과 첫 인연을 맺었다. 오케이 캐시백·네이트 등의 브랜드를 키워냈으며, 2003년 4월 에스케이글로벌 정상화추진 본부장을 맡았다. 또 같은 해 9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소공동 에스케이네트웍스 사옥에서 만난 정 사장은 “외국에 비즈니스 모델을 파는 ‘통합 마케팅’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욕을 밝혔다.

채권단 지분 처분 시간 필요
계열사와 관계 ‘따로 또 같이’

―현재 에스케이네트웍스의 경영 정상화 상황은 어떠한가?

=채권단과 약속한 목표를 15% 정도 초과했다. 8조원대 부채의 이자를 감당할 만한 사업구도는 2002년말 일찌감치 갖춰놨다. 다만 기업의 자산가치를 키워 부채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남아 있다. 채권단은 지난 6월말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장부에 기표했다. 채권단이 출자전환 지분을 시장에서 원하는 만큼 처분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워크아웃 졸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보상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한 사업 비전은?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 무조건 물건을 팔러 다니던 종합상사가 아니라, 외국에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들어가 직접 외국의 내수 시장을 개척하겠다. 예컨대 중국에 복합 주유소란 거점을 마련하면, 경정비 비즈니스 모델인 ‘스피드 메이트’를 들여갈 수 있다. 그렇게 브랜드 로열티를 쌓으면 무엇이든 팔 수 있다. 상품 중매만 서다가, 상품에 문제가 터지면 손해를 뒤집어쓰던 옛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얘기다.

―경영 정상화가 계열사의 지원없이 가능했겠냐는 회의론이 있는데….

=에스케이 그룹은 ‘따로 또 같이’를 지향한다. 따로 살 수 없으면, 같이도 살 수 없다는 것을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철저히 배웠다. 주유소나 이동전화 단말기 판매 사업 등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과의 거래를 통해 성공적으로 수익을 낸 것은 우리 회사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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