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6일(현지시각) 공개된 가운데 연준의 다수 위원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무게를 싣고 금리인상 신중론을 펴고 있음이 드러났다. 미국이 6월까지 추가 금리인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해석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의 3월15~16일 회의록을 보면, 위원 다수는 4월 금리인상이 “긴박한 느낌”이라는 부적절한 신호를 줄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3월 회의 때 금리 표결권이 있는 10명 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금리인상에 손을 들었던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 말고도 또 다른 한 명이 3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본 것으로 나타나 조기 인상론을 두고 상당한 논쟁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그러나 회의록은 “여러 참석자들은 올해 초 글로벌 금융 여건을 일시적이지만 급격한 악화로 이끌었던 국외의 주요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여전히 하방 위험이 진행 중이라는 태도를 취했다”고 기록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았음을 내비쳤다. 이는 올해 초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공포가 번지며 금융시장이 급변동하는 모습을 보였던데다, ‘신흥국 경제위기론’이 여전히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3월 회의록 공개 뒤 시장은 4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희박하게 볼 뿐만 아니라 다음번 회의인 6월까지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기금금리와 연동된 선물 거래를 보면 4월에 금리가 오를 확률은 5% 밑으로 떨어졌으며, 6월 인상 확률은 20% 아래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2016년 내 4차례의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올 들어 연내 두 차례 인상으로 사실상 태도를 바꾸었고, 현재는 이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을 내세우면서 불거진 이 논쟁은 우리 경제가 통상적인 정책수단으로는 부양이 어려울 정도로 구조적 저성장과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새누리당은 7일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법 개정 의지도 밝혔다.
실제 영국의 거시경제분석 전문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도 6일 ‘신흥 아시아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어 아시아의 원조 호랑이인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이 앞으로 2년간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여러 면에서 선진국과 다르다”며 정치권 주장에 선을 그었지만,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은 같았다. 하지만 한은 안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재정 정책 등 다른 수단을 충분히 써보지도 않은 채 통화정책부터 거론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최근 아베노믹스가 경기 부양에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일본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을 들어, 통화정책만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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