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완화’ 정책 효과에 한계
은행 89% “대출액수 변화 없어”
국채 매입 프로그램도 별무효과
자금조달 비용 낮아졌지만
은행 수익성만 되레 악화 우려
“미래소득 기대 있어야 대출 늘려”
은행 89% “대출액수 변화 없어”
국채 매입 프로그램도 별무효과
자금조달 비용 낮아졌지만
은행 수익성만 되레 악화 우려
“미래소득 기대 있어야 대출 늘려”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에 가속도를 냈지만 기업과 가계 대출을 늘리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각) 4월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유럽중앙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유럽중앙은행이 유로존 은행들을 상대로 시행한 ‘올해 1분기 은행 대출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마이너스 금리로 유로존 기업들이 은행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면서도 “은행 89%는 지난 6개월간 기업대출 규모가 실제 변화하진 않았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단지 7%의 은행만이 마이너스 금리가 기업대출 증가에 약간 기여했다고 응답했으며, 4%는 오히려 대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에 마이너스 금리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응답한 은행은 각각 83%와 78%에 이르렀다. 은행들은 앞으로 6개월에 대해서도 정책 효과가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적완화 정책도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게 은행 대다수의 평가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3월 유로존 은행들로부터 국채 등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처음 도입했다. 올해 3월엔 양적완화 확대를 위해 채권 매입 규모를 늘렸을 뿐 아니라 상대적 위험자산인 회사채까지 사들이겠다고 했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돈 일부에 적용하던 마이너스 금리는 더 내리고, 기준금리도 ‘제로금리’를 선언했다.
중앙은행이 애써 돈값을 떨어뜨리고 은행에 돈을 주입했지만, 이번 조사는 돈이 기업과 가계로 흐르지 않는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지급준비금이라 불리던 돈이 중앙은행의 계좌를 빠져나갔을 뿐으로, 가계와 기업에 대출되란 법은 없다”고 짚었다. 은행들은 이런 방식이 금융 수익성만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또 “미래 소득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있어야 더 많은 대출이 일어날 것이고, 은행 역시 대출자의 신용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돈을 공급할 것”이라며 “이자율은 경제에 대한 기대만큼 영향력을 가질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은 3월에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을 1.7%에서 1.4%로, 물가상승률 전망을 1.0%에서 0.1%로 크게 떨어뜨렸다. 결국 중앙은행이 지닌 정책수단은 돈값을 조정하는 것인데, 이 방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만 분명해진 셈이다.
한편, 유로존은 2014년 6월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해 덴마크를 빼곤 가장 먼저 이 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스위스, 스웨덴, 일본, 헝가리가 차례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으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각국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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