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분기 메르스 때와 비슷
소비 절벽·수출 부진 우려 현실화
그나마 재정 조기집행이 떠받쳐
올 3% 성장률 달성 어려울듯
한은 “민간소비·수출 등 감소
정부소비·건설투자 증가로 전환”
소비 절벽·수출 부진 우려 현실화
그나마 재정 조기집행이 떠받쳐
올 3% 성장률 달성 어려울듯
한은 “민간소비·수출 등 감소
정부소비·건설투자 증가로 전환”
한국은행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이 전기 대비 0.4% 증가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컸던 지난해 2분기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연초 ‘소비 절벽’과 수출의 구조적 부진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총선용 가불’ 논란을 불렀던 정부의 조기 재정집행이 경제성장률을 떠받친 덕을 크게 본 것이어서 앞으로 경제운용에 우려가 더 크다.
한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수출이 감소했으나 정부소비의 증가세가 확대되고 건설투자가 증가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으며, 설비투자와 수출도 각각 5.9%, 1.7%나 줄었다. 반면 정부소비는 1.3%가 늘었고,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집행을 서두르면서 토목건설 등이 크게 늘어나 건설투자가 5.9%나 증가했다.
소비와 수출의 역성장은 우리 경제가 내포한 구조적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민간소비는 불어난 가계부채와 정체한 소득 탓에 정부가 소비진작책을 내놔도 ‘반짝 효과’에 그치고 있다. 수출 역시 세계 경제 둔화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동 파고에 부딪히면서 예전과 달리 성장률을 갉아먹는 판국이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민간소비가 0.3% 감소한 것은 지난해 말 소비진작책에 집중하다 보니 기저효과가 있었다”며 소비 절벽의 현실화를 인정했다. 그는 “올해도 개별소비세를 인하했지만 2월 이후여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3월 상황을 점검해보니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도 나타나고 자동차,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신제품 출시 효과도 있어서 소비가 좀 살아나고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수출에 대해서도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나오는 등 1분기 수출은 부진했던 게 맞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1분기 지디피는 전분기 대비 0.4% 증가했으나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보면 0.37%로, 메르스 타격이 극심했던 지난해 2분기 0.43%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또 전분기 대비 지디피 성장이 0%대에 머물지 않았던 것은 2014년 이후 단 두 차례뿐으로 저성장의 고착화가 우려된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3%대 경제성장률 전망치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한은의 수정 전망치 2.8%도 녹록한 목표치는 아니다. 민간 기관의 올해 경제전망은 2%대 초중반까지 내려가 있는 상태다.
1분기 지디피는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2.7% 증가해 한은의 수정 전망치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 재정을 미리 당겨 쏟아부은 결과라는 게 큰 불안 요인이다. 실제 1분기 재정집행률은 33%에 이르고, 14조원이 목표치보다 초과 집행됐다. 이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지 않을 경우 경기 부양의 실탄이 모자란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또 기업의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앞으로의 성장 여력을 깎아먹을 수밖에 없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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