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브렉시트 이후 세계 경제를 ‘중공황’ 상태로 진단했다. 장 교수는 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계 경제가) 이미 장기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중공황이라고 얘기해야 한다. 사실 1929년 대공황 이후에 가장 큰 경제 위기”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일본의 장기 경제침체인 ‘잃어버린 20년’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잃어버린 20년’ 때 일본의 1인당 경제성장률이 1인당 기준으로 해도 연 1%였는데, 미국이 지난 8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0.4%”라며 “브렉시트 충격까지 받으면 이게 10년이 되는 거는 확실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브렉시트 국민 투표 직후 증시가 폭락했다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마냥 안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장 교수는 “단기적으로 증시가 올랐다 내렸다에 일희일비할 수 없다”며 “값이 많이 떨어졌으니까 좀 사놓는 게 낫겠다 해서 영국으로 들어오는 돈이 결국 다른 데서 나오는 건데, 예를 들어 브라질처럼 경제가 불안한 데서 나오면 그런 데가 경제 위기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장 교수는 조선·해양업계 방만 경영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주문했다.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을 줄이기 위해 추경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할 역할이 있다”면서도 “기업 내지 산업을 살리는 것과 경영을 잘못한 경영자라든가 돈 빌려주고 관리를 잘못한 은행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다른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경영을 잘못한 것에 대해)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며 “2008년 금융위기 나고 영국, 미국에서 난리 쳐놨는데 감옥 간 은행가들이 몇 명이나 있나? 그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지금 다시 또 방만하게 금융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신산업 육성과 혁신, 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 소홀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정부가 적절하게 산업 정책 쓰는 게 개입주의다 반시장주의다 해서 자꾸 (돈을) 안 쓰는 게 좋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박근혜 정부도 그런 인식이 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20년 동안 신산업을 창출한 게 없다. 새로운 산업을 잘 개발을 못 해 지금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눈에 크게 뜨이는 게 없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창조경제의 문제는 서비스 업종을 창조경제하고 동일시하는 잘못된 시각에서 디자인했기 때문”이라며 “제조업도 창조가 없는 게 아니다”라고 봤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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