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개설된 ‘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촉구카페’. 이 카페 게시판에는 니켈로 인한 건강 피해가 의심된다는 우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안성지(35)씨는 지난 2년 동안 코웨이 얼음정수기를 써 왔다. 그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자신이 쓰던 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언론 보도 이후 회사 쪽으로부터 ‘고객님이 사용하고 있는 정수기는 이미 개선 서비스가 완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 안씨는 지난 6월말 ‘여름철 맞이 하나 더 서비스’를 해준다며 직원이 집에 방문해 제품을 손 본 적이 있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니켈 검출 사실이 드러나기 직전이다. 니켈 검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마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얼음정수기를 수리했다. 안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수기 등 파는 물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믿을 수가 없게 됐다”며 “여유가 없는 맞벌이라 매번 물을 끓여 먹기도 여의치 않아 고민이 크다”고 했다. 그는 “속았다는 사실이 괘씸하다”며 소비자들이 모인 카페에 가입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코웨이가 중금속 니켈 검출로 논란을 빚은 일부 얼음정수기에 대해 렌탈료 전액을 환불하고 건강상 문제가 확인될 경우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나섰으나, 소비자들의 불신과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 사용자들은 네이버에 지난 4일 ‘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촉구카페’를 개설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3000여명이 넘는 소비자가 회원으로 가입한 이 카페 게시판에는 니켈로 인한 건강 피해가 의심된다는 우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앞서 코웨이는 자사 누리집과 7일치 신문 광고면을 통해 사과문을 내고 판매 시기와 상관없이 한뼘얼음정수기(모델명 CHPI-380N, CPI-380N), 커피얼음정수기(CHPCI-430N), 스파클링아이스정수기(CPSI-370N) 전량을 회수하고, 니켈로 인한 건강을 염려하는 고객을 위해 외부 전문가 자문단을 조속히 꾸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웨이가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나왔다는 사실을 이미 1년 전에 확인했으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쉬쉬’하고 부품을 교체해 왔다며, 이러한 기업을 다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거세다. 코웨이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제품에서 니켈 등 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난해 7월 처음 인지했다. 외부 전문가 조언 등을 바탕으로 인체에 무해함을 확인해 사용 고객 대상으로 개선 조치를 시행했다. 사전에 소비자들께 바로 알려드리지 못한 점 사과 드린다. 신속하게 개선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책임있는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었다.
코웨이는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된 사실을 지난해 7월 인지하고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코웨이 홈페이지 캡처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코웨이 사안의 경우 검출된 니켈로 인한 피해나 기업이 니켈 검출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제품 선택 권리를 침해한 부분 등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같은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며 “다만, 소비자들이 니켈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소비자원, 환경부는 코웨이 얼음정수기 제품의 결함 여부와 니켈 검출에 따른 위해성을 조사하는 중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일 성명을 내어 사고 원인을 감추고 피해를 키운 코웨이는 옥시와 똑같은 조처를 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 단체는 “도금에서 벗겨진 니켈이 얼음과 물을 통해 인체에 흡수됐을 경우 어느 정도 발암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안전성을 확인하지 못한 중금속을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킨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정수기와 먹는 샘물 등 시장에 맡겨진 음용수의 안전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