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아이파크몰 주차요금 안내판. 강용주 제공.
‘시간당 6천원(10분당 1천원), 24시간: 14만4000원, 48시간: 28만8000원’
서울 용산역에서 볼 수 있는 주차요금 안내문이다. 용산역 이용자들은 1999년 용산 민자역사의 건설 및 운영을 위해 설립된 ㈜현대아이파크몰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1일 정액 요금이 따로 없어 장시간 주차를 할 경우 요금 폭탄을 감수해야 한다. 케이티엑스(
KTX) ‘왕복’ 이용을 증빙할 수 있는 경우 주차요금을 50% 할인해주지만, 아이파크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입점한 식당에서 돈을 쓰지 않는 이상 24시간 주차 시 7만2000원, 48시간 주차 시 14만4000원을 내야 한다. 장애인 차량도 50% 할인을 해주지만, 케이티엑스 이용자 할인과 중복 적용이 불가능하다. 영등포역 케이티엑스 이용자들도 롯데백화점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지만, 이곳의 1일 주차요금은 2만8000원이다. 서울역의 경우엔 주차장이 5곳이며, 1일 정액 요금은 2만2000원~2만5000원이다.
이 때문에 용산역의 종량제 주차요금이 서울역과 영등포역에 견주어 과도한 적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가 6일 확인한 결과, 그동안 비싼 주차요금에 대한 비판이 지속돼 왔음에도 현대아이파크몰은 2014년 시간당 4000원이었던 요금을 2015년 시간당 5000원, 2016년 시간당 6000원으로 올렸다. 같은 기간 동안, 현대아이파크몰의 실적은 개선됐다. 이 회사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3년엔 44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2014년 94억여원의 순이익을, 지난해에는 30억여원의 순이익을 냈다. 당기순이익이란 일정기간 동안 영업은 물론 비영업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뜻한다.
2016년 현대아이파크몰 주차요금. 아이파크몰 홈페이지 캡처
최근 2년간 시간당 요금도 올라
용산역을 통해 서울-광주를 자주 오가는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업무 일정이 빠듯한 경우 용산역에 하루 정도 차를 주차하면서 8만~10만원가량의 요금을 물고 있다. 강 센터장은 “주차요금을 낮추려고 일부러 아이파크백화점에서 쇼핑을 한 적이 있다”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주차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민자역사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철도 민자역사란 말 그대로, 민간자본을 유치해 국가가 보유한 철도부지에 짓는 역사를 의미한다. 낡은 역사 시설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국비를 절감하고, 국유부지 활용을 극대화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현대아이파크몰 같은 민간사업자는 국유철도의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30년 동안 일정한 점용료를 내고 국유부지를 사용하게 되며, 점용 허가 기간이 종료되면 30년 연장이 한 번 더 가능하다. 전체 연면적(건물 각 층 바닥면적을 합한 면적)의 10% 이상을 대합실·역무원 사무 공간 등 역무시설로 지어 국가에 귀속시키고, 나머지는 모두 점용 허가 기간 동안 상업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지어진 철도 민자역사는 서울역과 용산역을 비롯해 전국에 15곳(2015년 2월 기준)이다.
코레일 누리집에 게재된 용산역 주차장 이용안내. 해당 자료에는 1일 주차요금이 따로 적혀 있지 않다. 코레일 누리집 갈무리.
현대아이파크몰은 용산역 주변 교통이 혼잡해져 이를 조절하기 위해 지금의 주차요금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아이파크몰 쪽은 “2004년부터 10년 동안 주차요금을 시간당 4000원으로 동결했다가 최근에야 인상한 것”이라며 “용산 상권이 활성화되고 면세점도 들어오면서 교통량이 늘어나 이를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산역사가 상업시설이 되면서 쇼핑객 등으로 인한 교통량이 늘어나자 열차 이용객에게도 비용을 물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철도공사는 민자역사 운영사가 책정한 주차요금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철도공사 홍보실은 “현대아이파크몰이 철도부지에 주차장을 건설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므로 주차요금을 강제로 조정할 권한이 없다”며 “몇 차례 주차요금 관련 협조 요청을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철도 역사의 주차장은 버스나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과 더불어 시민들이 철도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환승시설 가운데 하나다. 애초 역사를 개발할 때부터 환승시설로서 주차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했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후반 국내에 도입된 민자역사 자체가 공공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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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김영송씨는 석사학위 논문 <민자역사개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민자역사 주차시설은 대부분 열차 이용객이 아닌 상업시설 이용객이 사용하게 됨으로써 주변 교통의 혼잡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최근 완공되는 역사일수록 주차면적 비중을 높이지만, 이러한 상황은 대중교통을 지향하는 역사개발 목적과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