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한국거래소 노조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한국거래소 노조는 23일 오후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고 있는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금융위원회 전 부위원장(차관급)이었던 정 후보를 이사장에 단독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정 후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두 노조는 “자본시장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해 낙하산 인사를 즉각 철회하고 이사장 후보자를 다시 공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2일 조합원 총회에서 ‘파업 결의안’을 통과시킨 노조는 정 후보의 이사장 내정이 철회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이사장 후보자 추천과 선임 절차가 무리한 일정으로 진행돼 ‘친박 인사’를 앉히기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거래소는 지난 2일 이사추천위를 꾸려 이사장 후보 응모를 받기 시작했다. 정 후보는 공모 마감일인 지난 12일에서야 응모했고,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이사회는 같은 날 오후 4시에 곧바로 열렸다. 주총 날짜는 최경수 현 이사장의 임기 만료일인 오는 30일에 맞춰 잡혔다. 일정을 부랴부랴 진행하다 보니 추천 후보가 확정되기는커녕 공모조차 마감(오후 6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가 열렸던 셈이다.
상법상 주총 소집을 위한 이사회는 주총 날짜로부터 2주 전에 열려야 하며, 주주들에게 보름 전에 통지가 되어야 한다. 상장사의 경우 이사 선임을 위한 주총 통지를 할 때 후보의 인적사항도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거래소는 상장사는 아니지만 주주를 위한 투명한 정보 공시를 독려해야 할 입장인데도, 스스로는 ‘깜깜이 주총’을 진행하는 모양새다.
결국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는 19일 응모자들의 서류를 심사한 뒤 22일 면접심사를 거쳐 정 전 부위원장을 차기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후보자 심사기간은 한가위 연휴를 빼면 5일에 불과했다. 노조는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의견 수렴이나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을 리가 없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정작 주총이 열리는 날엔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증권회사 사장들은 대거 외국 방문 일정이 잡혀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14명의 증권사 대표이사가 미국 자본시장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5~30일 5박6일 일정으로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들 증권사들은 대부분 의결권을 거래소에 위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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