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 지수 호조에 수급 개선 조짐으로 나흘째 상승
중국 제조업 지수가 예상 밖의 호조를 나타내는 가운데 중국 제조업의 거울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반등을 이어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중국의 10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로 전달(50.1)보다 올라간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50.1)를 크게 웃돌며 2014년 7월(51.7)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엠아이는 주문·생산 등 5개 항목에 관한 제조업체 구매관리 담당자의 응답을 집계한 것으로, 이 수치가 기준선인 50을 웃돌면 경기가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차이신 제조업 피엠아이는 7월에 50을 넘은 뒤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같은날 발표된 중국 국가통계국의 10월 제조업 피엠아이도 51.2로 올라서며 전달(50.4)보다 크게 개선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대형 국영기업 중심인 이 지수와 더불어 중소 민영기업의 비중이 높은 차이신 피엠아이가 상승한 것은 업황 호조의 온기가 아랫목뿐만 아니라 윗목에도 전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제조업 경기와 밀접한 관계에 놓인 구리 가격은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1일(현지 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3개월 인도물)는 톤당 4878달러로 1주일새 3.2% 올랐다. 구리와 함께 대표적인 경기 민감재로 꼽히는 철광석 가격도 3주째 상승세를 탔다. 지난달 31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발표한 주간 철광 가격은 톤당 62.3달러로 6.3% 올랐다. 세계 최대 철광석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 급증으로 수입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일 반등에 성공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한국·대만·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대부분 1% 중반대 하락한 2일에도 0.6% 하락에 그쳐 선방한 모습이다.
구리는 경제분석가 못지않게 경기순환을 잘 짚어줘 월가에선 ‘닥터 C’(구리 영문자 Copper의 첫글자)로 대접받는다. 건축에서 우주선까지 제조업 전반에 사용되는 기초 소재로 실물경제의 수요를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구리의 절반 가까이 소비하는 중국에선 ‘붉은 금’으로 통한다. 수요 증가로 구리 가격이 오르면 세계의 성장엔진 구실을 해온 중국의 제조업이 좋아진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제조업 동향은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철강·기계 업종의 수출 증가율은 중국 피엠아이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대표적 산업금속인 구리는 2011년 역사적 최고치인 톤당 1만달러를 찍은 뒤 끝 모를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경기의 하강에 광산업체들의 증산이 겹치면서 공급과잉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한 탓이다. 올 들어 아연(53%), 주석(43%) 등 다른 비철금속 가격이 급등했지만 산업금속의 대표격인 구리는 4%대 상승에 그쳤다.
최근 광산업체와 제련소의 감산으로 초과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제조업 업황 개선에 따른 중국과 신흥국의 인프라 투자로 수요가 개선된다면 구리 가격의 바닥권 탈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국 정부가 자산가격 거품을 우려해 부동산 규제에 나서고 있는 점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수요 개선이 기대돼 내년에 구리 가격의 완만한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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