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는 만큼 원금 함께 늘어
이율도 늘어난 원금 기준으로 계산
실질구매력 보장에 인플레때 인기
1.8%대였던 미 10년만기 국채금리
내년 상반기 2% 중반까지 오를듯
한국도 내년 물가 2% 육박 가능성
기재부, 물가 내려도 액면가 보장
이율도 늘어난 원금 기준으로 계산
실질구매력 보장에 인플레때 인기
1.8%대였던 미 10년만기 국채금리
내년 상반기 2% 중반까지 오를듯
한국도 내년 물가 2% 육박 가능성
기재부, 물가 내려도 액면가 보장
미국 대선 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값이 폭락해 채권투자자들을 울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도록 설계된 물가연동국채(물가채)는 되레 투자자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시장이 예상하는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경우 원금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채권상품인 물가채가 위험 회피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경기회복 기대와 물가상승 관측이 겹치며 28일(현지시각)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32%로 미 대선 당일(11월8일) 1.88%에 견줘 크게 올랐다. 브렉시트 가결(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폭풍으로 올해 들어 금리가 바닥을 쳤던 지난 7월과 견주면 1%포인트가 올랐다. 바꿔 말하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 국채 가격이 폭락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물가 오름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져 미 국채 10년 금리는 2%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소비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여파로 최근 미국에선 물가채의 인기가 높아졌다. 1997년 발행되기 시작한 물가채는 원금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되는 채권이다. 일반적인 국채는 만기에 상환될 때까지 원금이 변하지 않고 이자도 액면에 표시된 금리에 따라 일정하다. 반면 물가채는 물가가 오르면 떨어진 화폐가치를 반영해 그만큼 원금이 불어난다. 또 금리를 애초 원금이 아닌 늘어난 원금에 적용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액면 1만원에 1% 이율로 발행된 물가채의 경우, 1년 동안 물가가 3% 상승했다면 원금이 1만300원이 되고 여기에 1% 이율을 적용해 이자가 100원이 아니라 103원이 된다. 물가채는 물가가 올라도 실질구매력을 보장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는 시기에 각광을 받을 만하다.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은 미 국채금리에서 물가채 금리를 차감한 수치로 볼 수 있다. 10년 만기 기준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미 대선 당일 1.73%에서 현재 1.85%로 올랐다.
우리나라도 미 금리 상승 여파와 물가상승 압력으로 내년에 금리는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육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물가채의 경우 물가지수가 하락할 경우 되레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국의 물가채는 이런 점을 보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이 될 만하다. 기획재정부는 2010년 6월 이후 발행분에 대해선 물가가 내려도 채권의 액면가인 1만원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또 2015년 1월 이전에 발행한 물가채의 경우 원금 상승분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준다. 현재 5개의 물가채가 유통되고 있는데 2015년 6월에 발행된 한 종류만 과세된다. 다만 물가채는 일반 국채에 견줘 금리가 낮은데다, 물가보다 금리 오름세가 더 가파를 경우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물가채 매매는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소액도 가능하다. 일반 국고채보다는 거래량이 적다. 증권사의 중개를 통한 매매는 큰 금액만 가능하고 수수료도 비싸다.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물가채가 편입된 펀드에 가입할 수도 있다. 미국에는 물가채 상장지수펀드가 있지만 우리나라엔 아직 없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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