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 청문회 도중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이완영 새누리당 간사가 건넨 메모를 김성태 위원장이 읽고 있다. 정몽구·손경식·김승연 회장을 건강 문제를 이유로 먼저 돌려보낼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한테 최순실씨 측근 고영태씨의 친척과 관련한 인사 청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우리 대표이사(지창훈 대한항공 사장)한테 (최씨 쪽에서 인사와 관련해)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월 안 전 수석으로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던 고영태의 친척을 (대한항공) 제주지점장으로 발령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냐”고 물었다. 최씨 쪽은 안 전 수석을 통해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에게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일하던 고아무개 부장을 승진시켜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또 지난 5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일과 관련해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한테 사퇴 압력이 아니라 ‘사퇴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사퇴 압력을 받았냐”는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사퇴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통령 독대 당시나 이후에 케이스포츠재단 출연 요청을 받았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신 회장이 올해 3월14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뒤 케이스포츠재단 지원을 고 이인원 부회장에게 지시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다. 검찰 공소장 내용과 엇갈린다는 지적에 “검찰 공소장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말 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롯데의 70억원 추가 지원에 대해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돌아가신 이인원 부회장과 해당 부서가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은 지난 2월 케이스포츠재단 쪽의 80억원 요구가 “계획이 부실했고, 돈을 전해달라는 방법도 부적절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재단에서 돈을 요구한 이유는 “펜싱과 테니스, 또 하나의 스포츠 종목 육성에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최씨 쪽에서는 에스케이 해외 법인을 통해 자신의 개인회사인 독일의 비덱스포츠 계좌로 직접 송금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월15일 박 대통령을 독대한 뒤 최씨가 실소유주인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현대기아차 광고를 주라는 요청을 받았냐는 질문에 “회사 규모가 워낙 커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원어치의 광고 일감을 몰아줬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회사 규모가 워낙 크다. 올해에도 한 815만대를 파는 등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 내용은 중간에서 보고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고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구본무 엘지(LG)그룹 회장은 청와대 압력 의혹과 관련해 “기업의 불이익을 우려해 지시를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답변하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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