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자 비트코인 가격이 새해 들어 1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자산가들이 당국의 자본유출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 거래를 우회 통로로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달러 강세가 초래한 ‘위안화 불안’이 비트코인 오름세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10일 비트코인 정보업체 코인데스크 자료를 보면,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 2일 코인당 1018.05달러를 기록해 3년1개월 만에 1000달러선을 탈환했다. 지난 4일에는 1129.87달러까지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1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투자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3년 12월5일 이후 처음이다.
이런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엔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급락을 방어하려고 강력한 자본통제에 나선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내국인의 국외 송금과 국외 직접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등 달러자금의 유출을 최소화하는 여러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국외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중국인 자산가들의 자본유출을 죄고 나선 셈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위안화 환율 급등(위안화 약세)과 관련해 외국인의 자본이탈과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막는 데 주력했지만, 지금은 자국 자산가들의 움직임까지도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이에 중국 자산가들은 정부 감시를 벗어날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했다. 중국 내에서 위안화로 사들인 비트코인을 국외로 송금한 뒤 역외 거래소에서 팔아 달러로 환전하는 방식을 통해 자금을 옮긴 것이다. <블룸버그>는 “위안화 약세로 중국인들의 달러 수요가 증가했지만 정부의 규제에 막히자 자금 유출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트코인 시장으로 대거 옮겨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위안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비트코인 거래는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비트코인 국내 거래소인 코인원의 차명훈 대표는 “나라별 거래량 규모를 비교하면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90% 가까이가 중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거래량이 늘면서 비트코인 계좌도 지난해 3분기에만 110만개 넘게 증가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비트코인 가격에 비정상적인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며, 개인과 기관투자자에게 신중한 투자를 할 것을 권고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6일 위안화 고시환율이 11년여 만에 가장 큰폭으로 절상되자 1000달러선이 무너지면서 880달러대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10일 오후 현재 900달러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3년 12월4일 1147.25달러를 최고점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이듬해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해 2015년 1월에는 고점 대비 85% 폭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본격 반등에 나서 연간 상승률이 137%에 이르렀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는 지난 한해 143% 수익률을 나타내 전체 글로벌상장지수펀드 가운데 으뜸을 차지했다.
최근 비트코인 강세엔 중국 말고도 인도의 수요 증가도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정부가 지난해 11월 고액권 사용을 중단하고 신권으로 교체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하자 일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대체재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어느 나라든 자본통제나 통화가치 하락은 대체 경로나 대체재의 수요를 늘리게 마련이다”라며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휴대전화만 있으면 모든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태도여서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등 디지털 화폐의 장래는 밝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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