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1조3500억원 채무조정 동의 순항
국민연금 동의 기대어 17~18일 고비 넘을듯
2천억원 기업어음 동의는 여전히 숙제
일단 100% 기관투자자 명의로 돼 있지만
신탁상품 편입 땐 개인투자자 의사 물어야할 수도
2조9천억원 신규자금 전제는 채무조정 완성
대우조선 기사회생까지 험로 남아 있어
국민연금 동의 기대어 17~18일 고비 넘을듯
2천억원 기업어음 동의는 여전히 숙제
일단 100% 기관투자자 명의로 돼 있지만
신탁상품 편입 땐 개인투자자 의사 물어야할 수도
2조9천억원 신규자금 전제는 채무조정 완성
대우조선 기사회생까지 험로 남아 있어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시장성 여신’인 회사채와 기업어음(CP) 1조5500억원에 대한 자율적 채무조정안 합의가 회사채(1조3500억원)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 집회를 거치며 큰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회사채보다 금액은 적어도 기업어음(CP·2천억원) 보유 채권자들의 동의를 모두 얻어내는 일이 ‘복병’으로 남아 있어 안심하긴 어렵다.
대우조선은 17일부터 이틀간 5차례에 걸쳐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 중 3차례 집회에서 높은 찬성률을 얻어내며 채무조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18일 두 차례 집회가 남아 있지만 앞서 채무조정안에 동의한 기관투자자들이 중심이어서 큰 이변 없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대우조선이 시장에서 조달한 1조5500억원 중 1조3500억원은 회사채였다. 특히 4400억원 상당의 회사채 만기가 21일에 돌아오며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의 목줄을 죄었다. 이에 17~18일 회사채 발행건별로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채무조정안 통과 여부를 표결하기로 했는데, 국민연금이 전날 밤 투자위원회를 열어 ‘가결’에 손을 들어주기로 함으로써 대우조선에 기사회생의 길이 열렸다.
사실 회사채 1조3500억원은 사실상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자들의 채무조정안 찬성 여부가 관건이었다. 회사채는 90%를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민간 금융회사 등 34개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10% 정도만 2천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채 채무조정의 캐스팅보트를 쥔 것은 국민연금이었다. 현행법상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이 가결되려면 집회마다 사채권액수 전체의 3분의 1 이상, 집회에 참석한 사채권액수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회사채를 보유했고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신협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4대 기관의 보유액만 전체 회사채의 절반이 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 찬성으로 돌아서자,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 등도 가세해 채무조정이 순항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고비를 완전히 넘어선 것은 아니다. 2018년 4월초엔 기업어음 2천억원의 별도 만기가 닥친다. 사채권자 집회 개최를 통해 채권액 중 일정 비중의 동의를 얻어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회사채와 달리 기업어음은 현행법상 유사한 절차와 규정이 없어서 별도 개별 접촉을 통해 채무조정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대우조선은 2013년 4월초에 100억원씩 20건의 기업어음을 5년 만기로 발행했는데, 자율적 채무조정안 합의를 위해선 이들을 보유한 채권자 모두에게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기업어음 보유자는 일단 명의는 100% 민간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로 돼 있는데, 일부가 신탁상품에 편입돼 있을 수 있어 채무조정에 고비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산은 쪽은 기관투자자 명의로 돼 있어도 신탁 수익권자가 개인일 경우 해당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산은 관계자는 “기업어음의 만기는 2018년으로 많이 남아 있고, 17~18일 사채권자 집회 결과를 지켜본 뒤 의사결정을 하려는 분위기여서 아직 동의를 얻어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도 “대우조선은 당장 돈이 마른 상태여서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한데, 이 지원의 전제가 채무조정을 완전히 끝내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세월을 보낼 수는 없고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채무조정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18일 사채권자 집회가 끝난 뒤로 기업어음 채무조정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것이란 얘기다.
어쨌든 자산운용사 등 민간 금융회사나 공적 기관투자자들이 자체 자산운용 차원에서 사들인 기업어음은 사채권자 집회가 이변 없이 끝날 경우 채무조정 동의를 끌어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게 금융당국과 국책은행 쪽의 시각이다. 다만 일부 개인이 보유한 신탁상품에 기업어음이 편입됐을 경우 전체 액수에 견줘 소액일지라도 진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산은 관계자는 “소액 기업어음 때문에 초단기 법정관리(피플랜)로 갈 거냐고 물어도, 현재로선 한 명이라도 빠져나가면 너도나도 마찬가지 주장을 펼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동의를 끌어내겠다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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