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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회적 경제와 함께가는 ‘문 블렌딩’ 경제

등록 2017-06-09 15:01수정 2017-06-09 15:49

Weconomy |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사회적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우석훈 지음, 문예출판사(2017)
사회적 가치 기본법을 발의한 2014년 6월 문재인 의원은 장애인을 고용해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 리드릭을 방문했다.      사진/문재인 의원실 페이스북 갈무리
사회적 가치 기본법을 발의한 2014년 6월 문재인 의원은 장애인을 고용해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 리드릭을 방문했다. 사진/문재인 의원실 페이스북 갈무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 경제는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대선 과정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사회적 경제 위원회’를 두겠다고 하는 등 어느 후보보다 짜임새 있는 사회적 경제 진흥방안을 공약에 담았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이 어떤지는 그가 국회의원이던 2014년 6월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일명 사회적가치기본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세월호 침몰 3개월 뒤에 이 법안을 대표발의 하면서 문재인 의원은 “정부가 사람의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인권, 노동권, 안전, 생태,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대·중·소 기업 상생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가 경제운영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고 제안설명에서 강조했다.

법안 발의 당일 문 의원은 영등포구 당산동의 ‘리드릭’(대표 김정열)이란 사회적기업을 찾아갔다.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리드릭은 직원 중 장애인이 절반 이상이고 친환경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라고 보고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경제는 “구성원의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사회적 경제기본법안 윤호중 의원 안 3조1항). 문재인 의원의 법안은 “인권, 노동권, 안전, 생태,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대·중·소 기업 상생협력” 같은 사회적 가치를 앞으로 내세운 것이지만 결국은 사회적 경제로 불리는 경제의 영역을 키우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어쩌면 문 대통령의 생각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정책을 총괄한 홍종학 의원은 지난 3월 더미래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문 캠프의 모든 정책이 사회적 가치 기본법 정신의 기조 아래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 근본주의가 남긴 격차와 분열을 치유할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는 지난 20여년간 느리지만 꾸준히 자라왔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도 많이 늘었고, 사회적 기업법, 협동조합법이 제정되는 등 제도적 정비도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경제를 경시하거나, 정부 예산을 축내는 ‘좀비’ 사업체를 양산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사회적 경제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한 예로 여야가 모처럼 의견통일을 이뤄 국회의장이 의사봉만 두드리면 통과될 상황이었던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이 막판에 다른 법률안 통과 문제와 엮이면서 무산되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중앙정부가 이렇게 무심한 사이 사회적 경제가 좀 더 자란 곳은 지역이었다. 지역 내 고용 등 현안문제 해결을 원하는 자치단체장과 주민 참여와 협력을 기조로 한 사회적 경제는 궁합이 잘 맞았다. 전국에 226개 기초지자체 중 민주당이 단체장인 지역은 80곳이고 이 가운데 45곳에 사회적 경제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옛 새누리당이 단체장인 지역은 117곳인데, 이 가운데 24곳이 만들어져 있다.

이제 사회적 경제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공약에서 밝힌 대로 사회적 경제 진흥을 위한 조직과 청사진을 마련할 것이다. 우선 청와대는 조직개편에서 일자리 수석실 산하에 사회적 경제 비서관(1급) 자리를 신설해 이쪽 분야를 챙기는 일을 맡기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말 ‘사회적 경제 TF팀’을 구성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을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짜겠다고 밝히는 등 공무원들도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나오는 소식을 보면 우선 추진될 정책이 공공기관의 운영을 사회적 경제 정신에 맞게 바꾸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기준을 수익성 보다는 공익성인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회적 가치는 문재인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 가치 기본법에 열거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청년고용, 정규직 전환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 물품 조달에서 사회적 경제 조직의 제품 구매에 일정 부분 배려를 했는지 등이 평가항목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평가는 매년 기재부와 전문가 평가단이 시행하는데, 평가등급이 낮으면 기관장 해임, 임직원 성과급 축소 등의 불이익이 주어져 대상기관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울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윤호중 더불어 민주당 의원 등 여야가 동시에 비슷한 법안을 발의해서 합의에 큰 어려움이 없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도 문재인 정부가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지자 사회적 경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는 공무원, 기업인뿐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늘고 있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쓴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는 처음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관련기사 보기 : ‘사회적경제’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나요?)일단 쉽게 썼다. ‘두둥’ 같은 입말도 그대로 나오는 등 ‘자판 두드리는 대로’ 쓴 경제수필 같다. 복잡한 이론이나 엄밀한 증거 같은 것은 많이 나오지 않는데 이 책의 미덕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밑줄 그은 몇 구절을 인용해 보자.

“국민경제의 많은 것들이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나온다. 찌질해 보이고 비루해 보이고 때로는 남루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일상성이 모여 거시경제를 만든다.... 우리는 일상성을 너무 무시하고 경제를 판타지처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인 것도 ‘비경제적인 것’, 솔직한 마음으로는 찌질한 것이라고 무시하고 지냈다.”

“새로운 흐름은 일시적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경제의 구조적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강조되던 시기에 세계 대공황은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사회적인 것’을 다시 경제의 구조적 요소로 전면에 등장하게 만든 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강한 다국적기업을 많이 갖추고 있는 미국에서도 사회적 경제는 최근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국가의 복지가 발달한 순서대로 국민경제에서 사회적 경제의 비중도 높다.…한국은 대기업과 정부, 이렇게 두 개만 가지고 어떻게 해 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한계 상황까지 왔다.”

“2005년 12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개념이 유행하던 순간, 중장기적으로 고용에 대한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암묵적으로 생겨났다. 사회적 기업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시대적 배경이 존재한다.”

“정부가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독점하면서 … 시민들 속에서 자생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경제적 주체라는 이미지보다는, 정부의 인건비 지원금이나 사업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급조해서 만들어진 유사 경제 주체라는 이미지가 한국 사회적 기업의 대중적 이미지다.”

“짧지만 한국이 손학규를 중심으로 움직인 적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시작이 바로 협동조합기본법이고, 그 마지막이 ‘저녁이 있는 삶’이다. 한국이 아직 갖추지 못한 것, 그리고 가야할 미래의 단면을 그 때 손학규가 분명히 보여주었다.”

“‘순실의 시대’, 경제적으로는 ‘손실의 시대’로 박근혜 통치기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틀을 먼저 움직인 것은 이번에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였다. 서울, 경기도는 물론이고 많은 지자체에서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조례를 만들기 시작했다. … 지역경제의 피폐와 관련되어 있다.”

“사회적 경제에 관한 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사회적 경제가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순실의 시대에 사회적 경제의 절박함이 깊어졌다. … 시련을 거치면서 밑바닥이 튼튼해졌다.”

우석훈은 이 책에서 비교적 덜 어렵고 성공 가능성도 커 보이는 사회적 경제 영역을 제시한다. 먼저 직장을 잃거나 실업기간이 길어지는 사람들이 성급히 자영업에 뛰어들기보다는 2~3년 사회적 경제 기업에서 일하면서 장래를 준비하도록 권장할 만하다. 또 서울 등 대도시의 밀집된 다세대주택 지역에 대해 지구 단위 정비와 함께 매입형 협동조합 주택을 연결하는 사업도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골목의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를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미국은 전기의 4분의 3을 대형 발전회사가, 나머지 4분의 1을 협동조합 등 소규모 지역사업자가 공급한다. 우리 역시 태양광 발전 협동조합 등을 키워 생태적이고 분산형인 전원 체계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같은 소규모 공동주택에 대한 에너지 개보수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회적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석훈의 생각이다.

저자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커 온 사회적 경제가 활짝 피어나려는 ‘티핑 포인트’ 직전에 와 있다고 본다. 그는 “국민경제에서 사회적 경제의 고용 10%를 티핑 포인트로 볼 수 있다. 이 정도 되면 지역이나 부문의 특수한 경제 양상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경제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정도가 된다” 고 말한다. 유럽 국가 중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이탈리아는 사회적 경제 부문의 고용률이 10%에 육박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도 4%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비율이 1%도 안 된다. 이런 속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사회적 경제 발전에 큰 추진력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자칫 주체도 형성되지 않은 영역에 예산 먼저 내려보내고 실적 만들어 내기 위주로 진행되면 5년 뒤 남는 것은 ‘빈손’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사회적 경제의 성장은 사회혁신과 공동체 발전의 기관차가 될 수 있기에 앞으로의 5년이 중요한 것이다.

경제학자 정태인은 <협동의 경제학>(레디앙) 에서 시장경제, 공공경제(국가), 사회적 경제(공동체), 생태경제의 네 바퀴가 조화를 이루는 경제를 이상적인 모델로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독 커피잔 든 사진이 많이 찍히는 것에서 보듯 커피 애호가라고 한다. 단골 카페에서 콜롬비아 4, 브라질 3, 에티오피아 2, 과테말라 1의 비율로 원두를 블렌딩 해갔다고 해서 ‘문 블렌딩’이란 새 유행어가 생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 시대에 사회적 경제와 생태경제가 자리를 잡아 그간 웃자란 시장경제와 잘 ‘블렌딩’이 된다면 좀 더 사람 냄새 나는 경제가 되지 않을까?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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