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새 정부 출범에도 장기화 국면으로 빠져들면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제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현 갈등 국면을 타개할 매듭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5일 <한겨레>가 중국 진출 주요 기업들의 피해액을 집계한 결과, 매출 피해액이 올 상반기에만 수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두드러진 피해를 입은 곳은 현대·기아차다. 상반기에만 5조원 안팎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월 이후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넉달 연속 50% 이상 급감했다. 상반기 전체 판매량은 42만9천대에 그쳐, 중국 시장 진출 초기인 2009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올해 판매량이 100만대도 못 미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179만대였다.
중국 쇼크는 현대·기아차 중국 공장에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로도 번졌다. 한국무역협회의 집계를 보면, 5월까지 대중국 자동차부품 수출은 15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2% 줄었다.
유통·면세점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3월 이후 석달간 6천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한다. 롯데마트는 3~5월 중국 내 99개 점포 가운데 74곳이 ‘소방점검’ 등의 사유로 영업정지를 맞아 문을 닫은 상태다. 롯데마트는 넉달간 피해액을 약 5천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오리온도 초코파이 등의 매출이 줄어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며 출하량을 조절하고 있다.
삼성에스디아이(SDI), 엘지(LG)화학,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아예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또 게임 업체는 판매를 위한 중국 정부 허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사드 배치로 인한 외교적 갈등 못지않게 일부 산업·품목에서는 중국의 자국산업 보호 목적이 혼재돼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조계완 기자, 산업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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