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에 잠시 주춤했던 가계빚 증가세가 2분기에 다시 가팔라지며, 가계부채 1400조원 시대가 현실로 닥쳤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범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올 2분기(4~6월) 가계부채(가계신용) 잔액은 1분기보다 29조2천억원(2.1%) 늘어난 1388조3천억원에 이른다. 이런 가계부채 증가 규모는 급증세를 보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액(33조9천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 1분기(16조6천억원)에 견줘 크게 확대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8일 집계한 7월 가계부채 증가액(9조5천억원)과 8월 예상 증가액을 고려하면 현재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1300조원을 돌파한 이후 10개월 만에 100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어난 셈이다.
가계대출은 27조3천억원(2.1%) 늘어난 1313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기관별로 보면, 은행 대출이 12조원 늘어 전 분기(1조1천억원)보다 증가세가 훨씬 컸다. 주택거래 증가로 재건축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이 6조3천억원 늘었다. 정부 부동산 대책 시행을 앞두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 호조로 마이너스 통장 인출 등 신용대출을 포함한 은행의 기타대출도 5조7천억원 급증해 통계를 작성한 2006년 3분기 이후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대출 규모는 5천억원 수준으로, 추가적인 수요가 아닌 기존 은행권의 신용대출이 넘어오는 이전 수요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 등 기타금융기관의 대출도 9조원 늘어 전 분기(7조9천억원)는 물론 전년 동기(5조4천억원)보다 증가폭이 컸다. 한은은 “증시 호황에 따른 증권사의 주식자금 대출과 보험회사 약관대출이 늘어난 게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호금융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등 주택담보대출 위험관리가 강화된 비은행 예금기관 대출은 6조3천억원 증가에 그쳐 전 분기(7조4천억원)보다 감소했다. 신용카드로 외상 구매한 금액을 의미하는 판매신용은 가정의 달이 낀 2분기의 특성과 소비 개선 추세가 맞물려 1조9천억원(2.6%) 늘어났다.
금융시장에서는 가계부채 증가가 한은의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및 가계부채 관리 의지와 맞물려 한은이 매파적(통화 긴축) 성향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한은의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31일 열린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