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물류의 중추인 의왕내륙컨테이너 기지에 수송을 기다리는 화물차와 컨테이너가 늘어서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달 산업생산이 전달 수준에서 머물며 주춤했다. ‘사람 중심의 경제 성장론’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3%대 경제 성장률을 회복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구상에도 점차 먹구름이 끼는 모양새다. 정부는 ‘혁신성장’ 대책을 본격 추진해 반등을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8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로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전자부품 등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광공업 생산이 소폭 증가했지만, 소비와 건설투자 등이 모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 6월에도 전월 대비 보합세를 보였는데, 7월에 1.0% 늘었다가 다시 주춤한 모습이다.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0.4% 늘었다. 기타운송장비(-18.5%), 자동차(-4.0%) 등은 생산이 줄었지만 반도체 생산이 12.4% 늘며 전체 광공업 생산의 증가세를 이끌었다.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도체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자부품(5.5%), 전기장비(6.4%) 등도 함께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도 0.1% 늘었다. 도소매(-0.4%), 예술·스포츠·여가(-2.8%) 등은 줄었지만, 보건·사회복지(1.1%), 전문·과학·기술(1.3%)에서 생산이 늘었다.
그러나 투자와 소비는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내수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1.0% 줄었다. 소매판매는 경기회복의 영향으로 6월(1.3%), 7월(0.1%) 2개월 연속 늘다가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재(-2.7%),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5%) 판매가 줄었다. 설비투자는 -0.3%를 기록하며, 지난 7월(-5.1%)에 이어 두달째 줄었다. 반도체 설비확충 등으로 호조를 보였던 설비투자가 두달 연속 감소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건설도 부진했다. 건설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3.4% 줄었다. 다 지어진 공사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도 2.0% 줄었다. 주택 등 건축(0.5%)은 증가하였으나, 토목(-9.8%)이 크게 줄어든 탓이었다. 특히 건설수주가 두달째 감소세를 기록한 것을 두고는 8·2 부동산 대책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에 따라 건설경기에 타격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건설수주는 건설경기의 대표적인 선행지표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도 ‘2018년 및 중기 경제전망’에서 2018년 경제 성장률을 올해 전망치(2.9%)보다 낮은 2.8%로 내다보면서, 건설투자의 감소가 성장세 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예정처는 “건설투자는 지난 3년간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으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대책,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으로 감소로 전환하고, 설비투자는 전년도(2017년) 높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둔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 ‘혁신성장’ 전략을 본격 추진해 3%대 경제 성장률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연내 14개, 2018년 1개 등 15개 혁신성장 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는 일정을 공개했다. △혁신생태계 조성 △혁신거점 구축 △규제 재설계 △혁신 인프라 강화 등 4개 부문으로 나뉜 대책에는 ‘제조업 부흥전략’, ‘경쟁 제한적 규제개선방안 마련’, ‘서비스산업 혁신전략’, ‘혁신창업 종합대책’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제조업 부흥, 서비스산업 혁신 등은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대책이다. 규제개선 역시 또다시 대기업에 의존하는 것 아니냔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을 강조하자마자, 제목만 있는 정부 대책을 발표 일정까지 박아서 공개한 것은 정책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발표 일정에 쫓겨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어렵고, 재탕·삼탕 대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급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혁신성장을 가속하는 한편, 수요 측면에서 일자리?소득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북한 이슈, 통상 현안 등 대내외 리스크가 있지만, 당초 예상했던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해외 여건이 크게 개선됐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경기가 워낙 좋기 때문에 정부가 기대하는 3% 성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수출을 제외한 투자와 소비, 고용 지표 등은 명백히 경기 둔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에 국민이 체감하는 성장률은 2%대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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