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그룹의 화학·에너지 분야 대표 계열사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2018년 정기 주주총회부터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SK), 엘지(LG) 등 4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처음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1일 이사회를 열어 전자투표제 도입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상장사가 주총 전자투표 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과 계약을 하고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총 의안과 의안별 자료 등을 올리면 주주들은 주총 하루 전까지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동안 대부분 기업의 주총이 매해 3월 말에 집중돼 있고 서면으로만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어 주총장에 가야만 했다. 특히 3월 셋째·넷째주 금요일 하루에만 여러 기업의 주총이 겹쳐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석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 때문에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고 주주권 활성화를 위해 집중투표제와 함께 전자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19일 내놓은 ‘법무행정 쇄신방향’에서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뼈대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모든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보다 높은 편의성을 보장받게 될 것”이라며 “주주의 권익 강화를 위해 전자투표제의 선제적인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주주 친화 경영 차원에서 지난 7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시행했다”며 “이사회 의사 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고자 전체 이사의 60%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들은 전자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시가총액 30위권 기업 가운데 한국전력을 제외하고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현대차, 엘지화학 등 주요 기업들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9월30일 기업지배구조 공시에서 “전자투표제를 포함한 주주 의결권 행사가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지속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현대차는 “주주들이 충분히 의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주총일을 3주 전에 공고하고 있다”고만 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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