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에서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중앙)과 5대그룹 대표 간 정책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개혁 성공을 위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공정위 제공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5대그룹의 상생협력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민의 기대와 새정부의 개혁 목표에 비하면 미흡하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공정위는 재벌 소속 공익법인과 지주회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각각 올해말과 내년초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일 오전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에서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롯데 등 5대그룹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지난 6월 1차 간담회 이후 5대그룹이 보여준 자발적인 상생협력 노력에 감사한다”면서 “하지만 국민의 입장과 대선공약에 비춰볼 때 기업들의 자발적 개혁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5대그룹의 개혁이) 출발은 긍정적이지만,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은 1차 간담회에서 “재벌개혁을 몰아치듯이 하지 않을테니 사회와 시장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기업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다만 한국경제에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으니 서둘러달라”고 당부했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볼 때 미흡한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나,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고 잘하는 부분은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상생협력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신설된 공정위 기업집단국에 관해 “대기업 조사와 제재만이 목적이 아니고, 기업 관련 정보의 축적과 조사·제재를 바탕으로 기업정책에 관한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집행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치적·정서적 요구에 흔들림 없이 공정한 시장질서와 효율적 기업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속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는 재벌 소속 공익재단의 실태조사를 12월에 착수해, 설립취지에 맞게 활동하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면 의결권 제한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주회사의 수익구조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해 일감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재벌개혁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출범 4개월만에 어떻게 성과를 보여줄 수 있겠느냐”면서 “더디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니 국민 여러분이 공정위와 김상조에게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길래, 시간을 주겠지만 너무 많이 줄 수는 없고, 변화의 결과는 아니더라도 변화가 시작된 것은 보여달라고 덩부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5대그룹에 공정위 윤리준칙(로비스트 규정) 준수 협조,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실천, 하도급거래 공정화, 노사정 관계에서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날 5대그룹에서는 삼성전자 이상훈 사장, 현대차 정진행 사장, 에스케이 박정호 수펙스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 엘지 하현회 사장, 롯데 황각규 사장이 참석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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