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들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애초 정부가 대폭 삭감을 공언했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결국 1조3천억원이나 늘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에스오시 예산이 1조원 이상 증액된 것은 2009년 예산안 이후 9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60조2천억원의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한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을 보면, 에스오시 예산은 올해 본예산 대비 3조1천억원(14.2%) 줄어든 19조원이다. 정부는 원래 올해보다 4조4천억원(20%) 감액된 17조7천억원을 편성했지만 1조3천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증액된 예산의 대부분은 도로와 철도 등을 짓는 사업이다. 1천억원이 증액된 광주~강진고속도로(1455억원)를 비롯해, 800억원이 증액된 도담~영천복선전철(3360억원), 134억원이 증액된 호남고속철도2단계 사업(288억원) 등의 예산이 늘었다. 서울과 부산의 노후도시철도 개선사업에도 정부가 새로 재정지원을 하기로 하면서 570억원이 배정됐다.
에스오시 예산 증액으로 인해, 정부가 공언해온 11조5천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도 10조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정부는 임기내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원 178조원 가운데 60조2천억원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초 감액 규모인 4조4천억원에 비해서 일부 증액됐지만 통상 정부안보다 매년 7천억원 정도 증액된 점을 감안하면 예년 대비 4조원 가까이 구조조정된 것이다. 정부의 지출구조조정 의지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애초 정부안도 사업 조정을 한 것이 아니라 이월액 등을 활용해 예산 투입 시기를 늦춘 것일 뿐이었는데, 이번에 증액된 예산 대부분은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위해 필요한 돈”이라며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존 정부안에 없었던 동해안고속도로 영일만횡단구간 설계에 10억원이 새로 편성되고 부안~흥덕간 국도 설계에도 5억원이 편성되는 등 고속도로와 국도 13개 구간의 신규 노선 설계비가 포함됐다. 또 서해선 삽교역과 KTX 김제역을 건설하기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예산도 새롭게 잡혔다. 현재는 예산 비중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추가적 예산 소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항목들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에스오시 사업은 한번 추진되면 멈추기 어려운 속성이 있어, 첫 예산 편성은 수억원 수준도 까다롭게 심의해서 결정하지만 사업이 일단 시작되면 수백억 혹은 수천억원으로 불어나기 쉽다”며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가 지속되는 한 이런 일이 해마다 국회 심의 때 반복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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