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는 알뜰한 돈 관리의 첫걸음이다. 가족 구성원이 함께 예산안을 짜고 지출일기를 쓰면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빚을 내 집을 사고 명절 연휴에 쌈짓돈을 털다 보니 가계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7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3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9조8천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천억원 줄었다. 순자금운용은 예금, 주식 등으로 굴린 돈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뺀 금액으로 여유자금으로 볼 수 있다. 가계 여유자금이 10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11년 3분기(7조4천억원) 이후 지난해 3분기(6조2천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4분기 19조2천억원에 달한 여윳돈은 이후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박동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신규 주택 구입이 계속되고 10월 초 한가위 연휴를 앞두고 당겨진 소비 탓에 순자금운용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국 주택 매매량은 2분기 25만8천호에서 3분기 27만9천호로 증가했고, 가계소비는 193조원에서 200조원으로 늘었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3분기 금융부채는 1657조7천억원으로, 39조1천억원 증가했다. 이에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배율은 2.16배로 2분기(2.18배)보다 낮아졌다.
반면 기업(비금융)은 투자 감소로 순자금조달(조달액-운용액) 규모가 2분기 14조8천억원에서 3분기 1조2천억원으로 급감했다. 설비투자 1조6천억원 감소 등 전반적인 투자 규모가 줄어든 만큼 자금 수요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전력 등 일부 공기업의 이익 증가도 영향을 줬다.
정부 곳간은 넉넉해졌다. 정부 순자금운용은 14조5천억원에서 18조원으로 확대돼 2013년 3분기(23조6천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재정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하반기 들어 지출 규모를 줄인 결과다. 3분기 국세수입(69조2천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조7천억원 증가한 요인도 작용했다.
가계의 여유자금은 줄었지만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으로 경제 전체 순자금운용은 35조3천억원으로 전 분기(17조2천억원)에 견줘 2배 넘게 늘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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