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댓글 공장, 특수활동비 뇌물 상납 국가정보원 해체 촉구 기자회견’에서 노동당원들이 국정원 해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는 내년부터 국가정보원 예산을 특수활동비에서 안보비로 바꾸고 증빙서류를 갖추도록 했다. 기밀유지가 필요해 증빙을 생략할 경우엔 국정원 자체 집행지침을 따라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8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각 부처에 보냈다. 기재부는 “특수활동비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내년 국정원 예산은 4628억원인데, 지금껏 이 예산 전액이 특수활동비였다. 인건비·기관운영비 등 경상비도 증빙 없이 기밀에 붙여졌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당시 수십억원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로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국정원 예산을 특수활동비가 아니라 별도의 안보비 비목으로 편성한다. 일반적인 기관운영경비는 국고금관리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집행·증거서류를 갖춰야 한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경우에만 집행 증빙을 생략할 수 있는데, 이때도 국정원 자체 집행지침은 따라야 한다. 감사원과 협의해 국정원이 만드는 이 지침에는 집행범위와 내부승인절차, 현금 등 집행방식, 증빙방법 등을 넣어야 한다.
다른 부처도 내년 1월까지 특수활동비 자체 집행지침을 수립해야 한다. 특수활동비를 집행할 때 각 부처의 자체 판단으로 증빙을 생략해왔는데, 내년부터는 자체 집행지침을 따라야 한다. 감사원이 이 지침을 제출받아 부처별 특수활동비 집행을 점검한다. 또 각 부처는 예산을 요구할 때 감사원 감사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이밖에 수사, 정보보고서 등 특수활동비 집행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기관별로 내부통제 장치도 마련하도록 했다.
또 기재부는 불법시위 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규정을 예산집행지침에서 삭제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위 주도 여부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며 삭제를 권고했다. 불법시위 단체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는 규정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처음 생겼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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