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옛 사주등 교체” 주식매집
경영진 반발…은행 공공성 시비 제기
보름새 30~40% 등락 ‘춤추는 주가’
국내 제지업체 2위인 신호제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불과 보름 사이에 주가가 30~40%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을까.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지난해 12월 구조조정전문회사인 아람파이낸셜서비스주식회사(아람FSI)에 인수되면서 6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 회사는 1년도 못돼 다시 적자로 돌아선데다, 경영권 분쟁까지 휘말렸다.
이 회사 경영권 분쟁 내막을 들여다 보면 옛 사주가 포함된 현 경영진 대 연합전선을 편 1·2대 주주와의 갈등, 여기에다 각각의 우호세력과 주채권은행의 지분인수 매집경쟁으로 지분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난 8월,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2대 주주였던 아람FSI에게 상반기 경영실적 부진을 질타하면서, 옛 사주의 등기임원 배제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아람FSI는 곧바로 국일제지를 공동 경영자로 참여시켰으며, 국일제지는 신한캐피탈 등으로부터 신호제지 주식 19.82%를 매입해 1대 주주로 올라섰다. 나란히 1·2대 주주로 올라선 국일제지와 아람FSI는 최근 법원 신청절차를 통해 오는 12월13일 임시주총을 열겠다고 공고했다.
주채권 은행의 요구대로 구 사주 쪽 인사 등을 경영진에서 교체하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양쪽은 임시주총 날짜가 잡히자 즉각 치열한 우호세력 확보에 나섰다. 경영진 쪽은 신안그룹을 ‘백기사’로 끌여들였으며, 1·2대 주주 쪽은 주채권 은행인 신한은행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안그룹과 신한은행은 지난 14일을 전후해 각각 9.9%와 11.8%의 주식을 취득했다. 경영진 쪽은 최근 신한은행의 주식매입을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주채권 은행의 주식매입은 경영권 탈취에 적극 가담하는 것이며, 은행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경영진은 이런 내용을 일부 신문에 광고 형식으로 발표했으며, 급기야 지난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임직원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규탄시위까지 벌였다. 경영진이 은행의 공공성 시비를 제기한 데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주식매입은 증권거래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채권관리 차원에서도 전혀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신호제지의 경영권 다툼이 석달여를 넘기면서 10월초 55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지분 경쟁이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 8일께 8960원까지 치솟았으나, 1주일만에 6천원 안팎으로 추락하는 등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