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다른 산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 분석가들은 앞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가 확대될 경우 전자·자동차는 물론 기계와 섬유 산업까지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4일 케이비(KB)증권의 ‘미 무역규제의 영향’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추가적인 수입규제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한국의 대미 흑자와 미국의 무역적자가 동시에 큰 산업을 꼽았다. 여기에 최근 대미 수출이 증가세에 있는 산업과 미국 정부에 보호를 요구할 만한 경쟁기업이 존재하는 산업도 수입규제 위험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구경회 케이비증권 부장은 “철강과 전자 산업이 이 세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고 자동차, 산업기계, 섬유도 영향권 아래 놓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전자, 자동차, 기계 부문에서 최근 3년간 전체 무역적자의 58%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차례로 많다.
전자산업의 경우 주력인 반도체와 휴대폰 품목에서 지적재산권을 통한 통상압박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비트마이크로는 한국 기업 등이 SSD(대용량 저장장치)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해말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휴대폰도 과거 갤럭시S2처럼 특허침해 소송에 말려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휴대폰은 애플이라는 미국 기업 보호 차원의 변수가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아웃소싱 기업인 폭스콘이 미국 내 생산공장을 짓게 되면 한국과 중국 휴대폰 업체에 대한 보호무역 파고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적자와 우리나라의 대미 흑자 규모가 모두 크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2016년부터 관세가 폐지됐지만 대미 수출은 되레 감소했다. 따라서 미국은 규제의 실익이 크지 않은 관세 장벽보다는 안전이나 환경을 내세운 비관세 장벽을 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친환경차 보조금 차등화, 연비 규제 인증 강화 등이 도입될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산업기계는 대미 흑자 비율이 높은데다 지난해 수출이 늘었다. 두산인프라코어 등 한국산 굴삭기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5% 안팎으로, 미국이 캐터필러 등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섬유산업은 미국의 적자가 최근 7년간 연평균 8.7% 확대돼 무역규제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 미국 섬유시장에서 36%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전반적인 규제를 할 경우, 한국 업체들도 덩달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제약산업의 경우 미국이 수출 확대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제약협회는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의 약가 책정이 불평등하다며 지식재산권 분야의 슈퍼 301조로 불리는 ‘스페셜 301조’ 제안서를 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호무역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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