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감소 맞서 ‘느긋한 휴식처’ 이미지 심기
카페풍 인테리어 도입…커피 등 메뉴 강화
카페풍 인테리어 도입…커피 등 메뉴 강화
푹신한 노란색 쇼파와 둥근 테이블이 보이고, 한쪽에 고급스런 커피바가 자리잡고 있다. 배경음악으론 은은한 클래식이 흐른다. 분위기만 보면 영락없는 카페다. 무심코 매장에 들어섰던 손님들은 “여기가 맥도날드 맞나”하고 뒤를 돌아본다. 그러나 매장 앞엔 ‘엠(M)’ 로고가 선명하다. 패스트푸드점의 대명사인 맥도날드가 대변신을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맥도날드 관훈점도 최근 딱딱한 흰색 플라스틱 의자와 각 테이블을 치워버렸다. 웰빙 바람으로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출 감소세가 두드러지자 가게의 메뉴와 매장 분위기를 확 바꿔 버린 것이다. 국내 패스트푸드점들이 살아남기 위해 ‘슬로(slow)’ 리듬을 타고 있다. 오랜 숙성과 느린 조리 과정을 거친 ‘슬로푸드’가 각광받으면서, 패스트푸드 점포들도 휴식과 느림의 미학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의 상징과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당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햄버거 업계의 ‘빅3’인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은 2003년 전후를 고비로 매장수가 내리막을 타고 있다. 롯데리아는 2003년 884개이던 점포가 올해 말 800개로 줄어들었고, 맥도날드는 2002년 350개이던 매장이 300개로 줄었다. 맥도날드는 2002년 2619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041억원으로 큰 폭으로 축소됐고,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 패스트푸드점들은 단호박·버섯 등을 활용한 건강 메뉴를 개발하고, 매장 분위기를 까페풍으로 고급화하는 등 떨어져 나가는 고객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리아는 지난 5월부터 매장 인테리어를 바꾸기 시작해 10곳의 변신을 끝냈다. 기존의 빨간 비닐 쿠션 의자 등으로 구성된 딱딱하고 획일적인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녹색의 공원 스타일을 도입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점은 천장에 닿게 나무를 심고, 녹색 쿠션의 편안한 쇼파형 의자를 배치했다. 마감재로 목재를 사용해 자연친화적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맥도날드도 지난해 12월부터 매장 재단장 비용을 연간 40억원씩 배정하기 시작했고, 내년에도 이런 방침은 이어진다. 현재 300개의 매장 가운데 25개 매장이 탈바꿈을 마쳤고, 내년에는 이미지 변신을 널리 알리는 상징 매장을 1~2군데 새로 열 계획이다. 햄버거 가게의 디저트와 커피 메뉴의 강화도 뒤따르고 있다. 머핀이나 다양한 향커피 등이 커피전문점 같은 구색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거리의 테이크아웃 점포만큼 싼 게 강점이다. 롯데리아 마케팅팀의 김진우 계장은 “빨리 주문해 바로 먹고 가는 곳이 아니라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이미지를 재조정하고 있다”며 “까페풍 매장과 디저트·커피 메뉴 강화는 고객이 매장 안에 머무는 시간은 물론 매출을 확대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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