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재정포럼 '포용적 성장, 해야 할 일 그리고 재정'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정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데도 긴축적 재정운영 원칙이 관성적으로 유지됐다며,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저출산·고령화로 10년 뒤에는 ‘재정 절벽’을 맞을 수 있어 증세 논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포용적 성장, 해야 할 일 그리고 재정’이라는 주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가재정포럼을 열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부터 취업자 수가 10만명대로 내려앉는 등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며 "양호한 세수 여건 등을 고려해 더욱 적극적인 재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저출산·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이 늘어나면, 10년 후 ‘재정 절벽’을 맞을 수 있어 증세 등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표인 ‘10분위 배율’(상위 10% 소득을 하위 10% 소득으로 나눈 값)을 보면, 한국은 1995년 3.62배에서 2014년 4.79배로 크게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비슷하거나 다소 하락했다”며 단기 혹은 중기적으로 사회복지를 위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일본은 3.01배(1995년)에서 2.94배(2014년)로, 프랑스는 3.12배(1995년)에서 2.97배(2012년)로 10분위 배율이 완만해졌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국가부채 수준은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라며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폭이 현재보다 커지더라도 경기 활성화 효과 등을 통해 국가채무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단기·중기에는 재정 여력이 매우 양호한 반면, 장기적으로는 노령화 지출에 따라 재정을 더 확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2040년 한국의 노인인구 비중이 30%에 육박하면 사회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현재 기준 오이시디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조세수입의 점진적 증대를 통해 사회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큰 폭의 사회보장기여금 부담 증가가 기다리고 있으므로 조세수입 증대 여지는 오히려 제한적이라고도 짚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조세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오이시디 35개 국가 중 30번째로 하위권에 속한다.
윤동열 울산대 교수(경영학)는 생산가능인구(15~64살) 및 제조업 고용 감소 등 현재 고용여건이 부진한 문제를 재정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해 2020년과 2024년에는 감소 폭이 각각 24만명과 34만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은 임시·일용직의 취업자 수가 감소하면서 근로빈곤층이 늘어나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윤 교수는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년 실업급여 예산을 올해(6조2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늘린 7조4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포럼 뒤 대한상의 서울기술교육센터에서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현재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50% 수준에 지급 기간은 3~8개월인데, 이를 평균임금의 60%로 높이고 급여 기간도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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