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명의로 신도시 부동산을 사주려고 한 ㄱ씨는 증여세를 아끼려고 아이디어를 짜냈다. 계좌이체로 현금을 넘겨주면 내역이 고스란히 계좌에 남기 때문에 증여세 추징을 당할게 뻔했다. 이에 ㄱ씨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수차례 현금을 빼낸 뒤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아들 통장에 돈을 입금했다. ㄱ씨의 자녀는 이런식으로 받은 돈으로 10억원대 신도시 부동산을 취득했다. 하지만 이런 꼼수는 국세청 감시망에 적발됐고 결국 ㄱ씨의 자녀는 수억원의 증세를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29일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증여세나 양도소득세 탈루가 의심되는 360명을 선정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이어진 6번째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다. 이번 세무조사는 특히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인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범정부적인 대책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국지적인 주택시장 과열징후가 나타남에 따라 관련정보를 꾸준히 수집한 결과 탈세혐의가 다수 포착돼 세무조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집값이 급등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주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추진 및 투기지역 지정 등을 통한 시장 안정 기조강화’ 조처를 통해 서울 4개구(종로·동작·동대문·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서울과 수도권의 국지적인 집 값 과열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자금 마련이 어려운 젊은 층이 고가 아파트나 분양권을 취득해 증여세 탈루가 의심되는 경우다. △연 급여 5천만원인 20대 중반 사회초년생이 서울에 33억 아파트를 취득해 의대교수인 아버지로 부터 주택자금을 편법 증여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직업과 재산이 없는 19살 미성년자가 청약 과열지역의 분양가 14억원 아파트에 당첨돼 아버지로부터 편법 증여를 받았거나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등이 포함됐다. 서울 소재 상가건물을 취득한 뒤 150억원에 양도하면서 리모델링 비용(25억원) 등을 경비로 허위 계상해 양도소득세를 누락한 혐의를 받는 부부 등 양도세 탈루가 의심되는 사례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앞서 5차례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ㄱ씨의 자녀를 포함해 1584명에 대해 탈루세금 2550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ㄱ씨 사례외에도 벌이가 없는 유학생 자녀에게 상가를 매입하게 한 뒤 어머니가 매도자에게 현금으로 잔금을 지급하는 수법 등으로 증여세를 탈루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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