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3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가졌다.
2020년부터 소주·맥주 등 주류 전체에 대한 세제가 종량세로 전면 개편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내용을 내년 세법 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주세 개편에 따라 일반 소주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개편안을 설계하기로 했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3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행 종가세 체제에서는 고급 주류를 개발하는 데 불리해서 개편이 필요하다. 2020년부터는 소주, 맥주 등 주류 전체를 종량세로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가세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런 종가세를 알코올 도수나 술의 양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 체계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7월 올해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맥주에 대해서만 종량세 개편을 논의하다가 보류한 바 있다. 수입 맥주 ‘4캔에 1만원’ 행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소비자 반발이 있는 데다 생맥주와 소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맥주뿐 아니라 주류 전체에 대한 주세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는 품질이 좋은 주류를 만들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라서 수제 맥주나 고급 주류 개발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국산 맥주와 달리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를 과세표준으로 정해, 결과적으로 수입 맥주가 국내 맥주보다 세금을 덜 내 조세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는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종량세로 개편되면 일반 소주 가격 등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정부는 그동안 개편에 소극적이었다.
김 실장은 “(일반) 소주 가격은 안 올리고, 그대로 잡아 놓은 채 종량세로 개편하려고 한다. 예컨대 소주는 도수별로, 맥주는 리터별로 기준으로 삼아 세금을 매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종량세로 개편되더라도 세금이 더 걷히지 않도록 세수를 “최대한 중립적으로” 설계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 기재부는 미세먼지 유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발전용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크게 인상하면서도, 친환경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세금은 큰 폭으로 줄여,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제 개편을 설계한 바 있다.
기재부는 올해 주세 개편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각 주류 협회가 참여하는 티에프(TF)팀을 구성해 의견을 청취하며 공개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개편안이 마련되면 2019년 세법개정안에 포함해 2020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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