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림위원회(COFO) 의장.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북한 산림 30%가 훼손된 상태입니다. 특히 도심 근처 숲이 많이 망가졌어요.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 나무를 베고 다락밭(계단밭)을 많이 만들었죠. 북 산림 복원을 위해 남·북 및 국제사회와 폭넓게 협력할 생각입니다.” 지난 7월 20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산림위원회(COFO) 의장에 취임한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의 말이다. 에프에이오는 세계 식량 문제 해결과 빈곤 해소를 위해 1946년 설립된 유엔 상설 기구로 현재 194개 나라가 회원국이다. 산림위는 에프에이오에서 산림 관련 사안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최상위 기구다. 임기 2년인 의장은 지역별로 순환해 뽑는데 이번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차례였단다. 에프에이오가 의장직을 한국 쪽에 제안한 데는 2021년 15차 세계산림총회 개최국이란 점도 고려한 것 같다고 산림청은 밝혔다. 신 의장을 7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숲 복원은 난방과 먹거리 문제 해결과 함께 가야 합니다. 우리가 숲을 울창하게 가꾼 것도 난방과 먹거리 문제를 해결해서 가능했죠. 산림은 철도와 함께 이미 남·북 정상이 합의한 협력 1호 사업입니다.”
그는 2013년부터 4년 6개월가량 산림청장을 지냈다. 그를 발탁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묻자 “그런 건 없다. 어느 날 청와대에서 전화가 와 산림을 맡아달라고 했다. 내가 산림복지 전공자여서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청장으로 4년째 재직하던 2006년 의원 입법으로 ‘산림복지 진흥법’이 제정됐다. “산림복지에 대한 세계 유일의 법이죠.” 이 법으로 그가 청장 취임 뒤 만든 산림복지 5개년 계획이 탄력을 받았다. 공공기관인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을 만들었고 진흥원 산하에 국립산림치유원도 만들었다. 취약계층에 대한 산림복지 바우처 지원 사업도 첫발을 뗐다. 국가 정원 1호(순천만)도 탄생했다. “개인 취미에 그쳤던 가든(정원)도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수목원법 개정을 통해 국가 정원 지정 제도를 도입했죠. 현재 제주도도 국가 정원 지정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그는 산림복지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캠핑과 같은 휴양이나 치유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산림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0.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말을 이었다. “남한 땅의 64%인 산림에서 먹거리가 나오지 않으면 어디서 나옵니까? 바이오와 의약품 원료도 산에서 나오잖아요. 50년 동안 울창하게 가꾼 숲의 열매가 바로 산림복지이죠. 산림은 이제 경제나 환경 자원을 넘어 행복자원이기도 해요.”
최근 식량농업기구 산림위 의장에
유엔 산림 사안 조정 최상위 기구
“30% 훼손 북 산림복원도 관심
남·북 국제사회와 폭넓게 협력할 터”
산림청장 시절 ‘숲치유’에 큰 관심
“50년 가꾼 숲 열매가 산림복지”
그가 재직 중인 충북대는 2011년 대학원에 산림치유학 과정을 신설했다. 현재 석·박사 과정 학생이 약 150명이란다. “의대나 산림 전공 교수, 운동처방 프로그램 연구원 등 40여 명이 모여 8년째 숲 치유에 대한 합동 연구를 하고 있어요. 생활습관에서 발생한 비만이나 우울, 중독 등 고치기 어려운 질병을 숲을 통해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죠. 비만은 일주일이나 보름 정도 숲 치유를 받으면 개선이 되더군요. 산림치유학과 졸업생 몇이 이미 숲 치유를 테마로 한 사업체를 꾸리기도 했죠.”
신원섭 의장.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산림위의 최우선 관심사가 뭘까? “세계 사막화를 막는 것이죠. 사막화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아프리카, 동남아, 몽골, 중국 등이 대표적이죠. 위원회는 아프리카 사막화를 막기 위해 이 대륙에 그린벨트 띠를 만드는 데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어요. 사막화 속도를 줄이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입니다. 나무 심기가 끝이 아니거든요. 나무를 키우려면 물도 주고 바람도 막아줘야 하는데 다 돈이 들어요.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은 다 빈곤국이죠. 에프에이오 기부금도 줄고 있어 사막화 방지 사업도 축소되고 있죠.” 한국의 기여는 어떨까? “한국은 현재 1㏊당 목재 축적량이 160㎥로 오이시디 국가 평균보다 높아요. 이런 산림 복원 성공의 경험이 기구에서 평가를 받고 있어요. 기부금에 더해 기술 지원에 활발하게 나서는 이유죠.”
그의 고향은 충북 진천이다. 충북대 임학과에 들어가게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할아버지 시골집에서 자랐어요. 그때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한 게 누가 조부님 산에서 땔감을 베어갔는지 확인하는 일이었죠. 이런 어릴 적 경험 때문에 자연스럽게 임학과를 택하게 됐어요.” 1986년 유학을 떠나 캐나다 뉴브런즈윅대에서 석사, 토론토대에서 임학박사를 받았다. 석사 지도교수와 산림복지 주제로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박사는 ‘숲에 캠핑하는 사람의 심리적 자아실현’에 대해 파고들었단다. 그 결과는? “순수한 자연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경우 ‘심리적 성숙도’가 높게 나왔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