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견인’ 힘 잃은 제조업
2009년부터 취업자수 늘다가 조선업 구조조정 뒤 다시 빨간불
저성장 지속 땐 ‘고용침체 늪’…정부, 산업구조개편방안 마련중
2009년부터 취업자수 늘다가 조선업 구조조정 뒤 다시 빨간불
저성장 지속 땐 ‘고용침체 늪’…정부, 산업구조개편방안 마련중
전통적으로 생산과 고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온 제조업 취업자 수가 뚝뚝 떨어지면서, 더 이상 고용을 견인할 힘을 잃은 것 아니냐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 4월부터 감소세(전년동월비)로 돌아선 데 이어, 6월부터는 석달간 감소 폭이 연속 10만명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가 있었던 2017년 1월(-17만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었다. 15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주요 제조업 고용 변동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따라 급속하게 늘어 1991년 515만6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꺾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 자동화와 중국 등 해외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제조업의 생산성은 커지는데 취업자 수는 증가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의 흐름이 짙어졌다. 금융위기 여파까지 닥친 2009년에는 급기야 취업자 수가 4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전체 취업자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27.6%에서 2009년 16.4%로 낮아졌다.
다만 생산과 고용이 급감하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나간 뒤 제조업 고용시장에선 이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2010년 제조업 취업자는 407만8천명으로 금융위기 이전인 400만명 수준을 회복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 2015년 454만6천명을 기록했다. 2008년까지 연평균 1.7%씩 감소했던 제조업 취업자가 2009년 이후 연평균 2.3%씩 증가하면서 고용 증대를 끌어올리는 주요 산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기계·조선·전자·섬유·철강·자동차업종 중 세계 선박 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았던 조선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고용이 증가세를 보였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중국 인건비가 올라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둔화된 반면 국내에선 대-중소기업 간 원하청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제조업 취업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연구개발·관리직, 중소기업은 생산직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시 제조업에서 빨간불이 켜진 것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2016년이다. 2016년 3분기부터 2017년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제조업 취업자 수가 줄었다. 이후 증가세로 잠시 전환됐지만 제조업 구조조정이 자동차업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2분기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제조업 취업자 감소는 주력업체의 고용잠재력이 약화된 탓”이라며 “조선업, 자동차업에 이어 섬유업에서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2008년 이전처럼 고용 감소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018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을 내어 지난해 하반기에 견줘 반도체 일자리는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조선·섬유·자동차업종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정부는 제조업 등 전통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고용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산업구조개편방안’을 마련해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수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9.7%(2016년 기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기와 고용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제조업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려 다시 성장엔진으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일종의 산업고도화 전략을 준비중”며 “기존 단순노동은 수요가 감소할 수 있지만 스마트공장 도입 등에 따라 관리 인력이나 소프트웨어 인력 등 양질의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허승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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