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당정청회의.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감한 것은 최근 3년간 20~59살 인구가 줄어든 것이 뒤늦게 고용 통계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6년과 2017년 중국인 관광객 특수 등으로 이 연령대의 취업자 수가 예외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올해 고용 상황이 인구구조 변화와 취업자 수의 장기적인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1일 한국금융연구원 펴낸 ‘인구 구조의 변화가 취업자 수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 2월부터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대 밑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20~59살 취업자 수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5~19살과 60살 이상 취업자 수는 예년과 비교하면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2~6월 월별 취업자 수는 7만2천~12만4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특히 7월과 8월에는 증가폭이 각각 5천명과 3천명으로 급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59살 취업자 수는 이 연령대의 인구와 밀접하게 연동돼왔다. 이 연령대의 인구가 2000~2015년 약 380명 증가하는 동안 취업자 수 역시 약 380만명 늘었다. 취업자 수가 인구 추이를 다소 웃돌기도, 밑돌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비슷한 패턴을 그려왔다. 20~59살 인구는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2016년과 지난해 각각 3만8천명, 2만6천명 줄었고, 올해는 11만1천명으로 감소폭이 훨씬 커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실증적으로 성립해왔던 인구-취업자 수간의 상관관계가 지속되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 1~9월 취업자 수 감소폭이 컸던 30대와 40대의 경우 인구변화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5살 단위로 분석해보면, 인구가 감소중인 30~34살과 40~44살에서는 취업자 수가 줄어든 반면, 인구가 증가한 35~39살은 취업자 수가 늘었다. 보고서는 “비교적 동질적이고 인접한 연령층 간에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결국 각 연령층의 인구 변화 때문일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2016년과 지난해 고용 상황을 인구구조로 설명할 수 없는 예외적인 현상으로 봤다. 20∼59살 인구는 2015년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이 연령대 취업자 수는 2016년 1만명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만1천명까지 늘었다. 보고서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부동산 경기 등 특수 요인으로 인해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부동산업 등 일부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인구 변동을 상쇄할 만큼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지난 2년 동안 예외적인 이유로 지연됐던 인구감소에 따른 취업자 수 증가폭 축소 조정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통계청에서도 취업자 수 증가폭이 둔화한 것을 인구구조 변화로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살) 감소세가 시작됐는데, 올해는 감소폭이 4만6천명으로 늘어나 고용률(66.6%)이 유지되더라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지속되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차례로 노인 인구로 합류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통계청은 전망했다. 통계청은 취업자 수 증가폭이 아니라 고용률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지만, 고용률도 인구 구조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고용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올해 9월 20~59살 고용률은 72.9%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지만, 체감하는 고용 여건은 그렇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송 연구위원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고용 지표 추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에, 이를 감안한 대안적 고용지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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