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렌털업계 1위 코웨이를 매각 5년9개월 만에 되사기로 했다. 매출이 9배나 큰 기업을 다시 사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깼다. 1조7000억원에 이르는 매수 자금 마련과 향후 렌털 업계의 변동에 눈길이 쏠린다.
웅진씽크빅은 29일 코웨이 주식 1635만8712주(22.17%)를 1조6849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연 윤석금 웅진 회장은 “전공이 아닌 곳에서 잠시 헤매다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이제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일을 하게 됐다.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좋아하고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사모펀드(PEF)인 엠비케이(MBK)파트너스가 출자한 투자목적 회사로 매각 주체인 코웨이홀딩스도 이날 같은 내용의 매각 계약 체결 사실을 공시했다.
매수 예정일은 내년 3월15일이고, 매매가에는 현 주가 대비 약 25%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매매가 완료되면 2013년 1월 코웨이를 팔았던 윤 회장은 5년여 만에 다시 코웨이를 품에 안게 되고, 엠비케이파트너스는 코웨이로부터 완전히 손을 뗀다. 엠비케이파트너스는 1조원가량 차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웅진그룹 자산은 2조5000억원에서 4조6520억 수준으로 늘어난다.
웅진은 국내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자금 마련에 나선다. 웅진이 자체 보유현금(782억원)과 유상증자(1200억원)로 2000억원 정도를 내고, 재무적 투자자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5000억원을 공동 투자한다. 나머지 1조원가량은 코웨이 주식을 담보로 한 인수금융(7200억~8700억원)과 최대 주주 출자 등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인수자금의 절반가량을 웅진·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분담하고, 나머지 자금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은 “코웨이가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자금 마련을 오랫동안 준비한 것으로 안다. 자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모으는 게 아니고, 사모펀드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당장 렌털 업계 시장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아직은 없다. 1~3위 유력 사업자 간의 결합이 아니고, 이제 막 사업을 다시 시작한 기업이 압도적 1위 기업을 인수한 것이어서, 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리란 것이다. 지난 2분기 기준 코웨이의 누적 렌털 계정은 584만개로, 에스케이(SK)매직(145만)과 청호나이스(140만), 쿠쿠(131만), 엘지(LG)전자(100만) 등을 압도한다. 올해 2월 렌털 사업에 다시 뛰어든 웅진은 올 연말까지 10만 계정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와 웅진의 체급 차이가 매우 크다”며 “웅진이 코웨이를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두 회사의 결합 자체만으로 업계에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새 주인이 된 웅진은 주가가 7% 올랐지만, 인수 주체인 웅진씽크빅과 주인이 바뀌는 코웨이는 각각 6%, 24% 떨어졌다. 자금력이 튼튼하지 않은 웅진으로의 경영권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최현준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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